
새 교황 레오 14세. 연합뉴스
새 교황 레오 14세가 “교회는 이 세상의 어두운 밤을 밝혀야 한다"며 첫 강론부터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권력과 부에 기대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며, 가톨릭교회가 평범한 이들의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9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린 첫 미사에서 추기경들을 대상으로 강론을 전했다. 그는 영어로 말문을 연 뒤 이탈리아어로 전환하며 “세상의 어두운 밤을 밝히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건물의 웅장함이 아니라 신자들의 거룩함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교회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자고 호소했다. 또 “나는 교회의 충실한 관리자일 뿐"이라며 권위를 내려놓는 자세도 내비쳤다.
강론에서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부자와 권력층에 대한 비판이다. 레오 14세는 “부유한 자들은 예수를 불편한 존재로 여겼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를 정직하고 용기 있는 이로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그마저도 외면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중문화, 언론, 엘리트 집단, 실리콘밸리까지 언급하며 “기독교 신앙이 '연약하고 무지한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폄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인용해 “현대인은 신앙보다 기술, 돈, 성공, 쾌락 등을 삶의 방어 수단으로 삼는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레오 14세는 “이런 시대일수록 복음을 전하고 진리를 증언하는 교회의 사명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자들은 조롱당하고 무시당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강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강론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선을 잇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오 14세의 공식 즉위 미사는 18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며, 첫 일반 알현은 21일로 예정돼 있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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