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뇌를 자극한다. 뇌의 뉴런이 끊임없이 재연결되는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
의 개념에서도 독서는 뇌가 자신의 구조를 바꾸는 능력을 활성화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주 읽고, 정리하고, 사유하는 사람의 뇌는 점점 더 효율적이고 정교하게 작동하게 된다. 단기 기억은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고, 새로운 정보는 기존의 의미 체계와 연결되어 더 강력한 사고 도구가 된다. 독서는 뇌를 다시 설계하고, 삶의 방향을 조율하며,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행동 양식이다. 주기적인 독서가 습관이 될 때,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근본적 역량들을 조금씩 단단하게 길러가게 된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메리언 울프(Maryanne Wolf)는 '프루스트와 오징어'에서 독서는 뇌의 언어 영역뿐 아니라 시각, 사고, 감정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복합적 행위라고 설명한다. 반복적인 독서는 뇌 회로 간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문장을 더 유려하게 쓰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영국 서식스 대학(University of Sussex) 연구팀은 10분간의 집중 독서만으로 스트레스 수치가 약 68% 감소하며, 뇌의 전반적 집중력과 분석 기능이 회복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독서가 단기적 감정 안정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병행하는 기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고력의 핵심은 맥락과 새로운 정보를 연결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독서는 다양한 문맥과 논리를 접하게 하여 사고의 폭을 넓힌다. 특히, 소설이나 인문학적 글을 읽는 행위는 타인의 관점에 공감하고, 복합적 상황을 유추하는 전두엽의 활성화와 밀접하다. 의사 결정력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통합 기능과 관련이 깊다. 이 영역은 정보를 종합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감정을 억제하며 최적의 선택을 내리도록 돕는다. 정기적인 독서는 전전두엽의 활성도를 높여 감정적 충동이 아닌 구조화된 사고에 기반한 결정을 유도한다.
독서는 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도구다. 매일 일정한 시간 독서를 습관화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나은 문장력, 사고력, 의사 결정력을 보인다. 이것은 단지 지식이 많아지기 때문만이 아니다. 독서는 뇌의 구조와 작동 방식 자체를 강화하는 신경생물학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문장력의 향상은 뇌의 언어 회로 발달과 직결된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문장을 접하고 구조화하며 뇌 안에서 의미망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그렇지만 뇌는 원래 읽기를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기에 독서 또한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 디지털 도구가 범람하고 영상과 쇼츠가 주의력을 소진하는 시대이지만 책의 질감과 물성을 느끼는 아날로그 독서를 여전히 권하는 이유이다.
추현호〈주〉콰타드림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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