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태오 디자이너가 대구간송미술관 '화조미감'展(전)의 공간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세계 3대 아트출판사 파이돈 프레스가 '세계 100대 디자이너'로 선정한 양태오 디자이너(태오양 스튜디오 대표)가 지난 23일 대구를 찾았다. 양 디자이너는 이날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열린 '간송예술강좌-세미나 & 토크' 참여에 앞서 영남일보와 만남을 갖고 미술관이 현재 선보이는 '화조미감'展(전)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양 디자이너는 2009년 태오양 스튜디오 설립 이후 전통의 아름다움을 동시대적으로 표현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으며, 오는 8월3일까지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열리는 '화조미감'展(전) 공간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양태오 디자이너가 대구간송미술관 '화조미감'展 공간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조선시대 화조화 37건 77점을 선보이는 '화조미감'展 공간 디자인에 나선 계기는.
"대구간송미술관 측에서 먼저 참여 제의를 해주셨어요. 시공간을 초월해 고전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전시여서 매우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였고, 저 역시 간송미술관의 팬이기에 수차례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화조미감'展 공간 콘셉트는.
"자신과 대상이 하나되는 선비들의 '물아일체(物我一體)'를 담으려 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물아일체'의 방법론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거든요.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접화의 방'은 선비의 내면을 상징하는 곳이에요. 자신을 비운 자리에 나무와 돌, 그리고 자연이 들어와 하나가 된 모습을 통해 선비들의 정신적 감수성과 공명하는 대상의 모습을 시각화하려 했습니다. 또한 정자 안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하며 '창(窓)'도 배치했습니다. 전시장 초입에 자리한 조속과 조지운 부자의 그림 양쪽에 전통 창호가 달려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됐죠. 특히 단원 김홍도의 집을 상징하는 사각형 연꽃 연못과 태호석을 전시장 중앙부에 놓음으로써 단원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림을 형상화하려 했습니다."

대구간송미술관 화조미감展 전시장 중앙부에 단원 김홍도의 집을 상징하는 사각형 연꽃 연못과 태호석이 자리해 있다.<대구간송미술관 제공>

대구간송미술관 화조미감展 전시장 초입에 선비의 내면을 상징하는 '접화의 방'이 자리해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조속의 '고매서작(오른쪽)'과 아들 조지운의 '매상숙조' 작품 양쪽으로 전통 창호가 자리해있다. 마치 건물 내부에서 외부의 자연을 바라보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전시 준비 과정 중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대구간송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대구간송미술관 학예사님들이 준비해 주신 전시 문화유산들의 리스트와 서사를 통해 고전미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통이 주는 의미는.
"전통적 사물들이 품은 철학이 우리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은 무한한 가치와 생산성을 품은 스토리텔링의 시작점이거든요. 전통을 과거의 것으로만 보지 않고 현재를 만들 수 있는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물론 전통에서 비롯된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역사 공부가 필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불안하기도 합니다."
▶공간에 관심을 둔 계기는 무엇이며, 디자이너로서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해외에서 공부한 것이 내 뿌리인 한국의 전통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어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외 명품 패션 브랜드들도 그들의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거든요. 지금의 세계는 전통이라는 자산에 기대 많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서울 북촌에 자리한 한옥으로 스튜디오를 옮기면서 우리의 전통 공간이 전달할 수 있는 물성에 눈을 뜰 수 있었어요. 앞으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담은 '공간 디자인'을 통해 우리의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적 아름다움을 세계 디자인계에 더 널리 알리고 존재감을 드러냄으로써 우리 문화의 자긍심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요."
▶'화조미감'展 관람을 계획 중인 지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화조미감'展 전시 문화유산들은 우리가 없어져도 남을 그림들이기에 꼭 관람하셨으면 합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자연을 통해 위로와 치유를 받던 선조의 마음을 담은 기획전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전시 관람을 통해 자유를 갈망하던 선조들의 마음을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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