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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중국 춘추시대를 주름잡았던 5명의 패자(覇者) 가운데 최초의 패자이고 가장 으뜸으로 손꼽혔던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어느날 재상인 관중(管仲)에게 '군주의 자질'에 대해 물었다. 관중은 '일곱가지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첫번째, 매사를 원리원칙대로 처리하는가?(則) 두번째,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이 있는가?(象) 세번째, 법대로 통치하는 능력이 있는가?(法) 네번째, 백성을 교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化) 다섯번째, 중요 사안에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이 있는가?(決塞) 여섯번째, 타인의 심리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心術) 일곱번째, 미래를 보는 예지능력이 있는가?(計數)
우리는 지금 어떤가? 우리 정치는 원리원칙이나 기준이 없는 내로남불의 시대다. 같은 사안을 두고 내가 하거나 우리 당이 했을 때는 옳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나 다른 당이 했을 때는 틀렸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적임자라고 내세우지만 허황된 말만 늘어놓는다. 장바구니 물가도 모르는 사람에게 서민경제를 맡기겠는가? 대법원이나 헌번재판소의 재판결과가 공명정대하기도 탄핵감이 되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불복하는 재판을 국민들은 왜 받아들여야 하는가? 대권놀음에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흔들면서 입으로만 소통과 화합을 내뱉는다. 어떻게 국민을 동반자로 이끌고 갈 것인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공약(公約)을 임기 내에 제대로 지킨 사람은 없다. 공약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빈깡통이었기 때문이다.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람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황폐화된 미국 경제를 살린다고 관세전쟁을 일으켰는데, 그런데 이게 제멋대로다. 관세부과율도 그렇고 시기도 그렇고 오락가락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한다는데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원칙도 불분명하다.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라고 하고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무력도 사용하겠단다. 국제질서는 안중에도 없다. 상대를 지지하는 연예인에게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부었다. 정부 공무원 수십만명을 어느 날 갑자기 해고하고, 대통령으로서 미국 헌법을 지킬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대로 통치할 능력도 없고 앞에서 국민을 이끌 도덕성도 리더십도 없다. 일부 강성 지지층이 일궈놓은 팬심에 의존하는 행태다.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결정, 거칠고 감정적인 말투, 사법부를 무시하는 태도는 그가 추구하는 강한 리더일지 몰라도 국민들이 예측가능하고 겸손하며 원칙을 지키는 리더는 아니다. 트럼프가 대선기간 동안 사용했던 슬로건이자 목표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공염불이 될 확률이 높다. 미국은 분열의 절정에 치닫고 있으며 국제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예전같지 않다.
도덕적 잣대나 경제적 식견·서민적 행보 등 자신만의 기준으로 찬찬히 후보들을 살펴보자. 옛날에는 황제를 선택할 수 없었으니 성군(聖君)을 만나는 것도 폭군(暴君)을 만나는 것도 내 뜻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다. 유권자의 권리는 직접 투표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의무는 좋은 대통령을 뽑는 것이다.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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