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산업 두 축이 동시에 흔들린다-上][르포]포항 경기 바로미터 중앙상가, “마지막 호흡 간신히 붙잡은 상태”

  • 전준혁
  • |
  • 입력 2025-06-12 11:25  |  발행일 2025-06-12
철강·2차전지 산업 침체에 지역경제 막다른 골목
권리금 “0원”에도 장사하려는 사람 없어
2000년대 초반까지 포항의 중심상권 역할을 했던 중앙상가 실개천 거리가 사람을 찾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전준혁 기자>

2000년대 초반까지 포항의 중심상권 역할을 했던 중앙상가 실개천 거리가 사람을 찾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전준혁 기자>

"오늘 하루 4만 원 벌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경북 포항 소상공인들이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IMF는 물론 지진, 코로나19, 힌남노 때도 굳세게 버텨왔던 이들이지만 "지금은 다른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과 2차전지의 동반 침체에 따른 최근 지역 경기 흐름에 상인들은 "심상치 않다"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지난 10일 점심시간 찾은 포항 중앙상가는 이런 모습을 여실히 대변하고 있다. 이곳은 소위 '시내'로 불리우며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포항의 중심상권 역할을 했다. 그러나 포항역이 이전하고 난 뒤부터 구도심으로 전락하며 점차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오고 있다. 다양한 이유 등으로 현재는 포항 그 어느 곳보다도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날 중심지인 우체국에서 육거리 방면으로 향하자, 평일 시간대임을 고려하더라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가들 역시 대부분이 텅 빈 채 임대 스티커가 붙어 있어 흉물스런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길 한구석에는 손님 받기를 아예 포기한 듯 담배만 연달아 피워대는 상인의 모습도 보였다.


그나마 구포항역 방면 실개천 거리는 상황이 나았다. 가끔 지나는 사람도 보였고 몇몇 상가 안에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길가에 울려 퍼지는 흥겨운 노랫소리와 이곳저곳을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어느 정도의 활력마저 느끼게 했다. 하지만 실개천 거리 바로 뒷골목으로 접어들자 전혀 다른 모습이 나왔다.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점포가 비어 있었으며 심지어 한 라인 전체에 임대 스티커가 붙은 곳도 심심찮게 보였다.


지역 경제에 불황가 덮치면서 포항 중앙상가 뒷골목 점포들이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비어 있는가 하면, 한 라인 전체에 임대 스티커가 붙어 있다. <전준혁 기자>

지역 경제에 불황가 덮치면서 포항 중앙상가 뒷골목 점포들이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비어 있는가 하면, 한 라인 전체에 임대 스티커가 붙어 있다. <전준혁 기자>

15년 넘게 한자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공욱(48)씨는 "죽지 못해 산다"고 운을 뗐다. 근래 들어 매출이 아예 없다시피 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직원도 안 쓰고 아내랑 둘이 운영하는데, 오늘 기껏 4만원 매출을 찍었다"라며 "수십 년간 벌어놓은 걸 다 까먹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지역 중심산업의 침체는 이런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장사를 접고 취업을 하려 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포항의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정부·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공인중개사인 임동현(54)씨는 현 중앙상가 실태에 대해 "700여개 중앙상가 중 공실이 40% 수준이다"라며 "이러면 말 다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앙상가 상인회장이기도 한 그는 최근 중앙상가의 상황이 심각함을 넘어 마지막 호흡을 붙잡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 때도 꿈쩍 않던 임대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월세를 깎아주겠다고 한다"며 "그래도 다들 떠나는 실정이다"고 했다.


최근 중앙상가 중심 거리를 제외한 뒷골목의 공실률은 60%에 육박한다. 1류 브랜드 매장 역시 계약이 끝나는 대로 철수하고 있으며, 권리금마저 없는 상가조차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


임 회장은 "본인 건물에 일류 브랜드 장사하는 사람이 돈 몇백만원을 빌리러 다니는 실정"이라며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보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해서 경제를 부양시키는 것만이 소상공인들이 사는 길"이라며 "포항은 철강, 2차전지, 건설 경기가 살아야 지역 경제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 이미지

전준혁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북지역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