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에코프로 제공>
포항 2차전지 소재 산업이 전기차 시장 '캐즘(chasm)'의 여파로 깊은 무력감에 빠졌다. 시장 둔화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핵심 소재인 전구체, 양극재 수요도 동반 위축됐다. 에코프로그룹과 포스코퓨처엠 등 지역 대표 배터리 소재 기업마저 가동률 급감과 투자 지연을 겪고 있다. 포항 영일만산단과 블루밸리국가산단에 조성된 에코프로그룹 캠퍼스는 한때 지역 산업 전환의 상징이었으나, 최근엔 정반대 분위기다.
에코프로그룹은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8천68억 원, 영업이익 14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는 전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국내 최대 전구체 생산 능력을 보유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매출 회복에도 불구, 14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에코프로 포항 캠퍼스에 있는 그룹사 생산 가동률은 매우 저조하다. 핵심 계열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등은 현재 생산 가동률이 20~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이 끊기다시피 하면서 공장 가동을 최소화 한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은 경북 포항 제4캠퍼스에 4천732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CAM9의 준공을 지난해 연말에서 2026년 12월로 미뤘다.
포스코퓨처엠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양극재 글로벌 수요가 꺾이며 분기 매출과 이익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8천454억원, 영업이익 172억원, 순이익 4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7%, 영업이익 54.7%, 순이익은 18.5% 감소한 수치다. 앞서 지난해 9월, 포스코퓨처엠은 캐즘을 거치면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 중국 화유코발트와 포항 블루밸리산단에 1조 2천억 원을 투자해 전구체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전면 철회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포항이 철강산업 위기에 이어 2차전지 산업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 지역 경제 전반이 이중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이 정체되면서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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