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공항 조감도<울릉군 제공>
울릉도 해상에 건설 중인 울릉공항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울릉공항의 운영 방식과 활주로 길이를 둘러싸고 지역사회와 항공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다. 현재 3C 등급의 시계비행 공항으로 건설되는 울릉공항은 기상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 운영 체계다. 울릉도의 특수한 기상 환경을 고려할 때 안전 문제와 높은 결항률이 우려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울릉도의 잦은 강수와 안개, 강한 해풍 등 기상 특성을 고려할 때 시계비행 방식의 공항 운영이 심각한 안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신중한 검토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울릉도 주민들은 현재 1.2㎞로 계획된 활주로를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경북 울릉도 사동항 해상에 건설중인 울릉공항 모습. 오는 2028년 개항을 목표로 길이 1.2㎞활주로를 건설하며 현재 공정률 63%를 나타내고 있다.<울릉군 제공>
◆울릉공항 설계 변경 배경과 쟁점
울릉공항 설계가 시계비행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안전성과 높은 결항률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설계 변경은 항공법 개정에 따른 것이지만, 울릉도의 특수한 기상 조건을 고려할 때 의문이 제기된다. 2024년 6월 항공 사업법 개정으로 소형항공 운송사업자의 국내선 항공기 좌석 수 제한이 50석에서 80석으로 상향됐다. 이에 울릉공항은 더 큰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3C급 공항으로의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3C급 계기비행 공항으로 건설하기 위해선 착륙대 폭을 기존 140m에서 280m까지 확대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울릉도의 지형적 제약과 사업비 증가를 고려해 착륙대 폭을 150m로만 늘려도 되는 시계비행 공항 방식을 선택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시계비행은 운고(구름 밑부분 고도)가 450m 미만이거나 시정이 5㎞ 미만일 때 공항 이·착륙이 제한된다. 2013년 발간된 울릉공항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시계비행 방식의 울릉공항 결항률은 12~1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계기비행 방식을 도입할 경우 결항률을 절반 이하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내에는 시계비행 전용 공항이 한 곳도 없다는 것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울릉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강수량이 1천538㎜에 달한다. 연평균 강수일수는 144일로 국내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연간 안개일수도 평균 40.2일로 우리나라에서 맑은 날이 가장 적다.
이런 울릉도의 잦은 기상악화로 가시거리가 불량할 경우 항공기 이착륙이 제한되어 결항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비용 효율성과 지형적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운항 안전성과 결항률 측면에서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경북 울릉도 사동항 해상에 건설중인 울릉공항 모습. 오는 2028년 개항을 목표로 길이 1.2㎞활주로를 건설하며 현재 공정률 63%를 나타내고 있다.<울릉군 제공>
◆소형항공사의 운항 준비와 결항률 문제
울릉공항 개항을 앞두고 여러 소형항공 운송사업자들이 취항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생 절차를 거쳤던 하이에어는 상상인증권 컨소시엄에 인수되어 지난 2월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 2022년 설립된 섬에어는 올해 2월 소형항공 운송사업자 면허를 취득했다.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역시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울릉공항 운항 준비에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은 울릉공항에 대한 항공업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으나, 과거 소형항공사들의 운항 중단 사례는 운영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9년 12월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와 2023년 9월 하이에어가 운항을 중단한 전례는 소형항공사의 경영 취약성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국토부의 시계비행(VFR) 결정 과정에서 실제 취항 예정 항공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제 운영자들의 의견 수렴이 제한적이었음을 시사하며, 향후 운영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결항률 증가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지속적인 운항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대학장은 "정시 이착륙 횟수가 줄어들면 울릉도 주민 등 승객 이용률도 감소할 것"이라며 "항공사 입장에서도 영업률이 떨어지면 취항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경북 울릉도 사동항 해상에 건설중인 울릉공항 모습. 오는 2028년 개항을 목표로 길이 1.2㎞활주로를 건설하며 현재 공정률 63%를 나타내고 있다.<울릉군 제공>
◆계기비행 공항으로의 전환 가능성과 대안
울릉공항의 3C 계기비행 공항으로의 설계 변경이 현시점에서 상당한 제약에 직면해 있다. 이미 공정률이 63%를 넘어선 상황에서 설계 변경보다는 현 설계 내에서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르면, 총사업비 1천억 원 이상 사업이 추진 과정에서 사업비가 15% 이상 증가할 경우 타당성 재조사가 필수적이다. 울릉공항의 총사업비는 6천73억 원으로, 약 911억 원 이상 증가하면 타당성 재조사 대상이 된다.
항공업계는 계기활주로 건설에 약 1조 원의 추가 비용과 최소 3년의 공사 기간 연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 설계 변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시공사인 DL이앤씨는 울릉공항에 케이슨 30함을 모두 설치했고, 현재는 주요 공항 시설이 들어설 매립지와 활주로 공사가 남아있다. 이 단계에서 설계 변경은 공사 일정과 비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토부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시계비행 공항에서도 계기비행 공항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시설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술적 대안은 현 설계의 큰 변경 없이도 운항 가능성을 높일 방안으로, 항공사와 국토부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경북 울릉도 사동항 해상에 건설중인 울릉공항 모습. 오는 2028년 개항을 목표로 길이 1.2㎞활주로를 건설하며 현재 공정률 63%를 나타내고 있다.<울릉군 제공>
◆국토부의 대응과 지역사회의 요구
국토교통부가 울릉공항을 비롯한 시계비행 공항의 안전성을 계기비행 공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4월 국토부는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통해 울릉공항에 활주로 이탈방지 시설인 EMAS(이마스)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EMAS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했을 때 충격을 흡수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설로 특히 울릉공항과 같이 짧은 활주로를 가진 공항의 안전성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3C 공항에 계기 착륙시설이나 항행 안전시설, 기상 장비 등을 추가로 도입하면 2C 계기비행 공항 수준을 충족하는지 등을 전문가들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현 설계 내에서 최대한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완전한 설계 변경 없이도 운항 안전성을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국토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울릉군과 주민들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울릉군은 계기비행 공항으로의 등급 상향과 함께 활주로 연장을 통한 안전성 확보를 강력히 주장하며, 최근 국토부와 경북도 등을 잇달아 방문해 이를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80인승 기종(ATR72-600)의 최대중량 이륙거리가 1천315m여서 이대로라면 울릉공항에는 취항할 비행기가 없다"라며 "활주로 면적을 2배까지 늘리진 않더라도 최소한 300m 정도를 늘인 1천500m 정도까지 활주로 길이를 확장하는 등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특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탑승 인원과 물량 등 중량을 줄이면 1천200m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은 가능하겠지만, 이 같은 흐름이 반복되면 공항의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라고 덧붙였다.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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