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꼼짝 마”…도로 위 평온 찾는 ‘경찰관’ 그들의 이야기

  • 구경모(대구)
  • |
  • 입력 2025-06-22 19:29  |  수정 2025-06-22 20:35  |  발행일 2025-06-22
‘대구 경찰청 광역 음주운전 특별단속’ 동행 취재
지난 19일 만난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 문영준 경사
단속 도중 바닥에 침 뱉는 등 불만 표출 허다해
지난 19일 밤 10시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공단역 인근에서 진행된 합동음주운전 단속에서 혈중알콜농도 0.063%로 면허정지 100일 처분을 받은 50대 남성 A씨가 현장 경찰의 안내를 받고 있다. 구경모기자

지난 19일 밤 10시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공단역 인근에서 진행된 합동음주운전 단속에서 혈중알콜농도 0.063%로 면허정지 100일 처분을 받은 50대 남성 A씨가 현장 경찰의 안내를 받고 있다. 구경모기자

지난 19일 밤 10시쯤 대구 서구 도시철도 3호선 공단역 앞에서 경찰이 합동음주 단속을 실시했다. 구경모기자

지난 19일 밤 10시쯤 대구 서구 도시철도 3호선 공단역 앞에서 경찰이 합동음주 단속을 실시했다. 구경모기자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 문영준 경사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 문영준 경사

"음주단속을 하다 보면 상습 음주운전에 폭행·폭언까지 별의별 일이 많아요. 그래도 우리는 멈출 수 없어요. 민중의 지팡이니까요."


지난 19일 밤 10시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공단역 인근 도로. 이날 취재진이 음주단속 동행취재 현장에서 만난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 문영준 경사가 내뱉은 말이다.


문 경사는 올해로 교통안전계 근무만 5년째다. 이젠 운전자들 눈빛만 봐도 음주 여부를 판가름할 정도로 도가 트였다. 지역 내 음주운전이 활발히 이뤄지는 특정 구간, 특정 시간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 특히 6월(6~27일)은 대구경찰청이 시행하는 광역 음주운전 특별 단속기간인 터라, 그의 눈초리는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이날도 문 경사는 평소처럼 도로 한 켠에서 '도로 위 무법자'를 솎아내는 데 집중했다. 그가 손에 쥔 경광등이 반짝이자 차량들의 서행 운전이 시작됐다. 이어 문 경사 지시에 따라 운전자들이 비접촉식 음주 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단속을 하다보면 황당한 일도 부지기수라고 그는 귀띔했다. 그는 "한번은 단속 현장에서 음주운전 전력이 10번 이상이었던 운전자를 본 적이 있었다"며 "직업이 레미콘 기사였는데, 운전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도 그럴 수 있나 싶어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음주단속 때마다 시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듣는 건 곤욕이다. 이날도 운전자가 불만을 토로했다. 차량 창문을 열더니 바닥에 침을 뱉고 지나갔다. 그는 "항의받는 게 이젠 익숙하다. 항의는 주로 '기분 나쁘다' '차 막힌다' 등이 대부분"이라며 "대규모 단속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늘상 긴장감은 따라다닌다. 그는 "특히 음주단속에 적발된 운전자가 술에 취해 있는 상태인 만큼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했다.


이번 특별단속 기간 중 지난 16일까지 적발된 음주운전 건수는 총 110건. 이날 공단역 앞 음주단속 현장에서만 6건이 적발됐다. 적발 인원 중 가장 높은 혈중알코올농도는 0.063%.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적발된 50대 남성은 면허정지 100일 처분을 받았다. 그는 "처음 단속 현장에 나왔을 때와 비교하면 음주운전이 많이 줄어든 게 느껴진다"고 했다. 실제 2020년 759건이던 대구 음주 교통사고는 지난해 기준 432건이었다. 5년새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


문 경사 등 일선 경찰들의 작은 바람은 '대구 음주운전 제로(ZERO)화'였다. 다만, 업무량 증가 등 '인력 부족'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음주운전을 강제적이라도 원천 차단하지 못해 아쉽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문 경사 등은 "예전엔 단속 현장에 의무경찰이 다수 투입됐지만, 지금은 기동대와 일반 경찰 인력들이 부족한 인력을 메우고 있다"며 "현재 음주단속을 하는 기동대원의 경우 숙련도는 높지만, 야간 단속과 다음 날 일과까지 겸해야 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음주운전은 사회를 좀먹는 병폐다. 음주운전이 '0'이 되는 그 날까지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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