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지혜로운 삶을 사는 길

  •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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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3 06:00  |  발행일 2025-07-22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논어'에 보면 공자님은 사람이 나이에 따라 마땅히 갖춰야 할 도덕적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다. 15세 지학(志學), 30세 이립(而立), 40세 불혹(不惑), 50세 지천명(知天命), 60세 이순(耳順), 그리고 70세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고 했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필자로서는 지천명과 이순이라는 말을 삶의 표준으로 마음에 새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천명은 말 그대로 '하늘의 뜻을 잘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하늘의 뜻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 이치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으나, '중용'에서는 '천명이 곧 사람의 성품이라(天命之謂性)' 하였으므로 하늘의 뜻을 잘 안다는 것은 바로 사람의 성품을 잘 이해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욕망으로 가득 차 사람을 도구화하는 요즘의 세상에서 사람의 성품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사람들은 사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물며 타인을 이해할 겨를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바쁜 일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늘의 이치를 이해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이순'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순은 귀가 순해진다는 뜻이니 타인의 말을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자기 삶의 경험을 전가의 보도처럼 중시하고 그것이 뒷세대의 표준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정작 자기 말만 되풀이하는 이런 사람을 세상은 '꼰대'라고 지칭한다. 곧 꼰대란 나이를 불문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세계에 갇혀버린 고독한 사람의 대명사일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대화할 때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듣기보다는 자신이 할 얘기를 생각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하늘의 뜻을 잘 알기 위해서는 하늘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 입보다는 귀를 많이 열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천명은 타인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으며, 이순은 그렇게 많이 듣기를 반복하다 보면 좋은 이야기나 싫은 이야기나 모두 삶의 지혜로 수용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없다. 지혜롭게 된다는 것은 내 생각을 내려놓고 남의 생각을 들으면서 머리보다는 가슴을 가득 채우는 과정이 아닐까? 그래서 원불교에서 말하는 '마음공부'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머리보다는 가슴을 채워가는 것을 중시하며, 그렇게 인생의 참 지혜를 밝혀가도록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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