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권효민, 형광 노란색 추리닝을 입고 나서는 길

  • 태병은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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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9 06:00  |  발행일 2025-07-28
태병은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치밀하다. 권효민의 작업은 그렇다. 정성 들여 다듬어진 모양의 표면. 예민하고도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엮여진 의미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시대와 문화의 흐름 아래 주류라는 이름으로 비대하게 몸집을 키우는 범주의 경계에서 그것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누리면서도 벗어나길 희망하는 양가적인 심리이고, 예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경계의 바깥편에 선 예외적인 존재가 숨을 쉬는 방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어느 옷장 속에 검정색 정장과 형광 노란색 아디다스 추리닝이 살고 있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작가의 한 인터뷰 속 첫 문장은 개인의 옷장이라는 작은 세계 안에서도 존재하는 제어의 기준(검정색)과 내면의 욕망(형광 노란색 아디다스 추리닝)이 함께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2021년의 'Gallstone'시리즈부터 2024년 'Grayish', 그리고 'Crowded Pattern'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쌓여지고, 붐비는 색과 형태들은 저마다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가?


권효민의 작업은 끊임없이 경계 위에 선다. 우리는 모두 규칙과 일탈, 소속과 탈주의 긴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검은색 정장과 형광 노란색 아디다스 추리닝이 들어 있는 옷장의 문을 열었을 때, 당신은 어떤 옷에 먼저 손을 뻗을 것인가? 어느 쪽의 차림을 한 모습이 진짜 나에 가까운 것일까?


권효민이 그의 작업에서 유지해오는 다채로운 색상과 정제되어진 형태로부터 비롯되는 세상 안에서 개인의 존재는 지워지는가? 혹은 더욱 선명해지는가? 작가가 만들어낸 예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예외적인 존재들은 어디에 숨고, 어떻게 살아남는가? 사회가 만들어낸 통제된 기호들을 모두 제해버리고 나면 남는 것이 진정 나의 모습일까? 규범과 바람직함의 경계 안에서 우리는 나 자신의 모양을 얼마나 잘 빚어내고, 인식하고,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권효민의 작업은 겹겹이 쌓인 색과 형을 통해, 억눌린 욕망과 제어된 감각 사이에 놓인 우리 자신의 얼굴을 비춘다.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가 기대하고 허용하는 바람직함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재단해온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그 모든 경계 위에서, 우리는 지금도 조심스레, 그러나 분명히, 자신의 형상을 더듬어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태병은<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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