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인협회가 추천하는 이달의 지역작가 도서 4권] 디지털 시대와 이영조 시조 문학 외

  • 정리=김학조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자료 제공=대구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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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31 14:37  |  수정 2025-07-31 20:28  |  발행일 2025-07-31

대구경북은 한국 문학계의 수많은 거장을 배출한 고장이다. 이상화, 현진건, 이육사, 이장희, 구상…. 이러한 영향으로 지금도 지역의 많은 문인이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남일보는 대구문인협회(회장 안윤하)와 함께 지역에서 활동 중인 문인들의 책 4권을 매달 소개한다. 시, 소설, 수필, 아동문학, 평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디지털 시대와 이영도 시조 문학/이순희 지음/북랜드/173쪽/1만5천원

디지털 시대와 이영도 시조 문학/이순희 지음/북랜드/173쪽/1만5천원

멀티미디어 시대 시조 장르 접근법

◆디지털 시대와 이영도 시조 문학/이순희 지음/북랜드/173쪽/1만5천원


이순희 시인의 네 번째 시조 단행본 '디지털 시대와 이영도 시조 문학'이 나왔다.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도산서원에서'로 등단한 이 시인은 2015년 '한국 근대 시조의 이미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이기도 하다. 이 시인은 우리나라 정형시인 시조를 대상으로 창작뿐만 아니라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러던 중 2024년에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학 활동 부문 지원사업에 선정돼 '디지털 시대와 이영도 시조 문학'을 발간했으며 더불어 대구 시민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시대와 시조 문학 강연, 이영도 시조 작품 시화전, 이영도 시조 낭송회도 개최했다.


이 시인이 이번에 발간한 '디지털 시대와 이영도 시조 문학'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시조 문학 장르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문학사를 살펴보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학 장르도 변모해왔다. 문자 이전 '구술 문학 시대'에는 문학의 전달 매체가 구술 양식이었다면, 그 후 '문자 문학 시대'에는 문자 양식이었다. '디지털 문학 시대'인 오늘날에는 멀티미디어 양식과 디지털 양식으로 변모되고 있다. 이영도 시조 문학이 말해주듯이 시조의 정체성은 간결성, 명료성, 함축성이다. 이러한 시조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장르 형식으로 이 시인은 '멀티시조'를 제안하고 있다.


'멀티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의 삼장 가운데 초장, 중장은 멀티미디어가 담당하고 종장만 문자로 나타내는 형식이다. 즉, 선경후정先景後情' 가운데 선정은 멀티미디어가 담당하고 후정만 문자가 담당한다는 의미이다. 멀티시조는 시조의 정체성인 '촌철살인寸鐵殺人'을 드러내기에 매우 유용하며 무엇보다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이 시인은 강조한다.


문학은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따라서 고정된 형식을 강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각 장르가 가진 고유성과 장점은 살리면서 시대 변화에 호응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발휘할 때라 생각한다.


바위 속을 헤엄치네, 고래/김석 지음/서정시학/107쪽/1만3천원

바위 속을 헤엄치네, 고래/김석 지음/서정시학/107쪽/1만3천원

명쾌하면서도 정곡 찌르는 텍스트

◆바위 속을 헤엄치네, 고래/김석 지음/서정시학/107쪽/1만3천원


"상추, 쑥갓, 파, 부추, 감자, 고추, 배추, 무, 계절마다 텃밭에// 점 하나로 그림을 바꾸는// 너, 호미다!// 날카로운 붓" ('텃밭 풍경화' 전문)


"피면서 지고, 지면서 피는 꽃// 꽃잎 밟으며 꽃놀이 나온 사람들// 나무 위 쳐다보지만// 발 아래는 못. 본. 척" ('시선' 전문)


김석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바위 속을 헤엄치네, 고래'가 '서정시학 서정시 156'으로 나왔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땅地/ 물水/ 불火/ 바람風이 시다// 짧고/ 쉬운 시는/ 시가 될 수 없을까?/ 화두話頭가 되었다"라면서 사행의 짧은 시 68편으로 시집을 엮었다고 한다.


그는 시詩와 선禪을 한 축으로 꿰고 천지를 법문으로 인식한다. 삼라만상을 선문답禪問答으로 본다. 모순과 패러독스로 가득 찬 그의 세계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놀라운 비약과 파격을 보인다. 그의 시는 읽히지 않는 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가가는 재미있는 시다. 웃음을 주지만 묵직하다. 현대인이 좋아할 만한 짧은 텍스트로 명쾌하면서도 정곡을 찌르고 텅 빈 행간의 울림과 여운을 주는 수행자의 시다. 촌철살인의 시구를 벼린다. '비움'의 묘사와 '내면'을 성찰케 하는 힘이 있다. 사행이라는 정형을 통해 정형을 뛰어넘는 초월을 꿈꾼다.


해설에서 김동원(시인·문학평론가)은 "김석의 이번 시편들은 새로운 세계의 창을 열었다. 풍경을 대지에 펼쳐놓은 입체적 감각은 돌올하다. 사행시는 시의 바위에 압축과 비약을 정으로 새기는 작업이다. 이번 시집은 깊이 고뇌하고 사색한 자의 입을 빌려, 사행시의 도저到底한 세계를 열었다"고 평했다.


김석 시인은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영남대 상경대,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문학석사)를 졸업하고, 2004년 '시인정신'에서 시, '문학청춘'에서 시조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거꾸로 사는 삶' '침묵이라는 말을 갖고 싶다' '괜찮다는 말 참, 슬프다' 등이 있다. 대구예술상, 대구문학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빨간 티코 타잔 팬티/손준호/시산맥사/146쪽/1만2천원

빨간 티코 타잔 팬티/손준호/시산맥사/146쪽/1만2천원

3040세대 치열한 삶의 현장 노래한 시편들

◆빨간 티코 타잔 팬티/손준호/시산맥사/146쪽/1만2천원


손준호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나왔다. 2021년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한 손 시인은 2022년 대구문화재단 문학작품집 발간 지원사업에 선정돼 '당신의 눈물도 강수량이 되겠습니까' 시집을 낸 지 3년 만이다. 2023년 문학뉴스·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4년 가야문학상을 수상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손 시인은 이번 시집을 "30~40대 치열한 삶의 현장을 노래한 시편들"을 중심으로 묶었다고 했다. 시집 제목의 시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빨간 티코' 는 '十月'이란 시 안에 있고 '타잔 팬티'는 '풀이나 뜯어 먹고살아요, 파잔'이란 시에 있다. 직장을 잃고 파주 반도체 막노동 현장에서 객지 생활을 십여 년 동안 해온 시인의 첫 승용차가 빨간 티코였다고 한다. 타잔 팬티는 시인이 동경하던 유년의 동심을 잃지 말자는 의지와 '파잔'이라고 하는 동물 학대를 고발하는 이중적 의미를 띠고 있다.


이번 시집의 표지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영철 화가의 그림으로 밝고 화사한 봄을 표현한 것인데, 시집을 열고 보면 1부에 '대설주의보' '눈보라' '눈사람 보호법' 등 한겨울의 시들이 먼저 등장한다.


"내 안의 백색 늑대가 늑골을 뚫고 뛰쳐나올 것 같은// 휘몰아치는 하울링"(눈보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건이/ 서울 한복판서 폭설과 대치 중이다" "티브이를 꺼야 한다고 누군가 말렸다/ 어둠의 빛에 전염되면 중독된다고/ 브라운관에서 괴물이 출몰하곤 했다"(대설주의보), "골목으로 파도 소리가 부서졌고/ 수소문이 소문을 탄핵시켰다/ 다 끝났습니까, 우리는"(천년나무) 등 차가운 현실을 노래했다.


김이듬 시인은 손준호 시인을 "나를 갈라보는 시"(해부)를 지으며 사물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심도 있게 성찰하는 시인이라고 추천글에서 밝혔다. 더구나 이번 시집에는 기후환경문학상이나 가야문학상 등 손 시인의 수상작은 한 편도 실리지 않았다고 하니 '조만간 그의 작품집을 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자못 기대를 해보는 뜨거운 열정의 여름이다.


그리지 못한 그림/유진서 지음/진서/157쪽/1만7천원

그리지 못한 그림/유진서 지음/진서/157쪽/1만7천원

고래 타고 신기한 이야기 나라로…

◆그리지 못한 그림/유진서 지음/진서/157쪽/1만7천원


유진서 아동문학가의 단편 동화집 '그리지 못한 그림'에는 '그리지 못한 그림' '귀신고래' '이카루스 날개' 등 13편의 단편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따뜻하고 잔잔한 이야기, 삶의 보이지 않는 곳, 낮은 곳을 살피는 감성적인 동화들이다. 표지 그림의 고래가 동화 속을 유영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한 이야기의 나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지구에서 가장 큰 고래는 그 크기로는 놀라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혹등고래는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동화는 사물에 대한 아름다운 정서와 긍정적이고 이타적인 태도를 심어준다. 유진서의 동화에는 현실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내용을 통해 어린이의 환상성을 대신 채워주는 장치가 많다. 억압된 감정 안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품게 된다. 동화를 읽다 보면 정서적 지능 향상과 따뜻한 마음이 생겨난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따뜻하고 잔잔한 이야기, 삶의 보이지 않는 곳, 낮은 곳을 살피는 감성적인 동화들이다. 어둡고 힘든 세상 속에서도 동심을 불러일으켜 아름다운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곳곳에 자리한다.


유진서의 동화는 등장인물과 소재는 달라도 공통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주인공은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헤쳐나가 마침내 꿈과 희망을 찾게 된다. 어린 독자들이 읽으면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한 장치이다.


김상삼 동화작가는 "보이는 세계뿐만 아니라 때로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있는 보물을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끄집어 와서 어린이들의 현실 불만족을 해결해주는 판타지 기법을 즐겨 쓰고 있다"고 평했으며, 심후섭 아동문학가는 "숨겨져 있던 것을 밝혀내어 우리에게 경이로운 시각을 가지게 한다"라고 했다.


유진서 작가는 이제 그림동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림과 글 속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도 행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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