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대구 칠곡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현수환 동원약품 회장의 발인식에서 현 회장의 손자가 영정사진을 들고 빈소를 나서고 있다. 강승규 기자
3일 오전 6시40분 칠곡경북대병원 장례식장 VIP 201호실. 국내 3대 의약품 유통사로 성장한 동원약품의 창업주 고(故) 현수환 회장의 발인이 시작됐다. 빈소 안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유족과 친지, 업계 인사 등 100여명이 빼곡히 자리 잡은 가운데 묵념과 추도사가 이어졌다. 추도사의 마지막 문장이 끝나자 흐느끼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유족들은 빈소 입구에 도열해 고개를 깊이 숙이며 절을 올렸다.
이후 운구가 시작됐다. 고인의 손자가 영정사진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빈소를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발걸음 뒤로 유족들이 줄지어 따랐다. 운구차 앞에 다다르자 울음 소리가 쉴새 없이 터져 나왔다. 관이 조심스레 들어 올려져 차 안으로 옮겨지는 순간, "아버지…", "할아버지…"를 부르는 절규가 잇따랐다. 일부 유족은 관을 붙잡고 손을 떼지 못했다. 조문객들은 눈시울을 붉힌 채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운구차 문이 닫히자 유족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차가 출발하자 장례식장 앞마당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발인에 참석한 이들은 떠나는 차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지킨 채 고개를 떨궜다.
이날 발인에는 노벨화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가 조용히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현 교수는 고인과 같은 달성군 하빈면 기곡리 상당마을에서 태어났다. 이 마을은 연주 현씨 집성촌으로 유명하다. 평소 현 교수는 고인을 많이 의지하며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이날 정오쯤 고향인 대구 달성군 하빈면 선영에 묻혔다.
고 현수환 회장은 1968년 대구 동문동에서 자전거 한 대로 의약품 유통업을 시작했다. '정확한 납품, 투명한 거래'를 경영 철학으로 내세운 그는 불안정했던 공급망을 바로잡으며 업계 신뢰를 얻었다. 이후 동원약품은 전국적 유통기업으로 성장했고, 2017년엔 창립 50년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현재도 800여 임직원이 전국 1만여 병의원과 약국에 2만여 종의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은 경쟁사까지 아우르며 업계의 상생을 이끈 존경받는 인물이었다"고 떠올렸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