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병원 로비에서 포즈를 취한 민병우 의무원장. 그는 '고관절·골절 치료 마스터 플랜'을 통해 노인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신속한 치료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민병우 W병원 의무원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한 번의 넘어짐으로 삶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노인들에게 대퇴골·고관절 골절은 치명적이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회복은 더뎌지고 합병증 위험은 커진다. 하지만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갖춘 병원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민병우 W병원 의무원장은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년퇴임(대학병원) 후 지역 전문병원을 선택했다. 그는 진료부터 수술, 재활, 예방까지 이어지는 '고관절·골절 치료 마스터 플랜'을 통해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돕고 있다.
▶대학병원장 출신으로 정년퇴임 후 지역 전문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력의 무게를 내려놓고 선택한 이유는.
"올해 초 정년퇴임을 맞아 제2의 인생 로드맵을 새롭게 그리게 됐다. 40여 년간 고관절 수술을 맡아왔는데, 이 수술은 배우기 어렵고 위험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최근 의료계는 미용·성형·피부 관련 분야에 더 큰 관심을 두는 추세다. 고난도·고위험군 수술은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수술을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장비와 시설 구축에도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야간 응급환자까지 많아 배우려는 의사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W병원은 이러한 고난도·고위험군 수술을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시설과 의료장비를 완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배우고자 하는 후학들도 있다. 특히 우상현 병원장은 수익성이 낮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수지접합 수술이나 정형외과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무엇보다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
▶최근 노인 대퇴골·고관절 골절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왜 그런가.
"한국은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고령화지수(65세 이상 인구 대비 14세 미만 인구수)가 세계 2위 수준이다. 이로 인해 당뇨 등 지병을 앓는 노인 인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근육 약화로 요양원이나 간호시설에 입소하는 경우도 많다. 집안이나 요양시설에서 낙상에 대한 인식 부족도 큰 원인이다. 미끄러운 바닥, 백내장이나 무릎관절 질환 등으로 쉽게 넘어질 수 있는 환경이 여전히 많다. 간호 인력이나 보호자의 낙상에 대한 경각심 부족, 골다공증 치료에 대한 낮은 인식도 노인 골절 환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응급 골절 수술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은.
"고령 환자들은 초기 골절의 통증이 약해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누워 있거나 보행을 못하면 단순히 몸 상태가 저조하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으로의 전원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 병원을 찾더라도 정형관절 전문병원이 아니면 초기 골절은 엑스레이에 안나타날 수 있다. 골절이 의심될 때는 정형관절 전문병원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가지만, 고관절 전문의는 대학병원과 전문병원에 많아야 1명 정도다. 고난도·고위험군 수술을 감당할 수 있는 의료시설과 장비, 내과와 마취과 전문의까지 갖춘 병원은 대구·경북권 전체에 열 곳도 되지 않는다. 높은 위험도와 난이도에 비해 낮은 의료수가와 전문병원에 대한 투자 부족이 응급 골절 수술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다."
▶W병원에서 추진하는 '고관절·골절 치료 마스터 플랜'은.
"진료부터 수술, 예방, 재활까지 아우르는 특화된 원스톱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고위험군 환자의 고관절 골절 수술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완비하고, 내과와 마취과 전문의가 상시 대기한다. 수술 전후 및 재활 치료를 담당하는 고관절 전문의를 비롯해 고령 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간호 인력이 24시간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술 후 낙상 방지와 골다공증 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인프라를 완비해,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 수술 후 지속적인 관리와 재활까지 종합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목표다."
▶고령 환자에게 전신마취 대신 신경마취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들었다. 장점은.
"고령 환자는 심폐 기능이 떨어져 전신마취를 하면 심장과 폐에 부담이 크다. 수술 중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합병증 위험도 높다. 척추마취나 신경마취는 마취에서 깨어날 때 신체 변화가 급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수술 후 폐에 부담이 적어 폐렴 등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낮다."
▶노인골절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노인골절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요소는 골절 당시의 뼈와 근육 상태, 골절의 정도, 그리고 수술의 정확도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 정확도다. 골절 후 2~3일 이내에 수술하면 사망률이 낮아진다. 반대로 수술이 지연될수록 폐렴, 욕창, 변전증 등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가능한 한 빨리 재활을 시작해야 한다. 침상에서 앉는 연습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보행 훈련을 하면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영양 불균형도 해소될 수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장으로서 국내 노인골절 치료 체계의 가장 큰 취약점은.
"낮은 의료수가가 문제다. 고난도·고위험군 수술을 기피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장비와 시설에 대한 투자도 부족하다. 노인골절 치료는 필수의료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있다. 위험성이 높고 수익이 낮아 정부 지원이 전무하고 의료수가도 낮아 실질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 중증 환자나 소아 환자에 비해 노인골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낮은 것도 문제다. 초고속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지금이야말로 골절 치료와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와 비전은.
"대학병원은 진료, 연구, 교육의 세 분야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하지만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육성할 수 있다. W병원은 이미 수지접합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장 많은 수술 건수와 다수의 논문 성과를 가지고 있다. 대구·경북 유일의 정형관절 전문병원으로서 고관절 골절 등 고난도 전문분야에 집중하며 대학병원 진료가 닿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고 싶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