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대구시 달서구 한국치맥산업협회에서 이동환 한국치맥산업협회장이 대구치맥페스티벌 조형물 앞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더부심'(더위에 대한 자부심) 외엔 내세울 것 없던 대구의 여름이 흥분과 열정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 고유 치맥(치킨+맥주) 문화를 콘셉트로 한 지역 축제가 전국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면서다. 출범 10여 년 만에 대한민국 대표 여름·음식 축제로 자리매김한 대구치맥페스티벌 얘기다. 대구치맥 브랜드는 K-컬처 바람을 타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올해로 취임 3년차를 맞은 이동환 <사>한국치맥산업협회 회장(<주>풀토래 회장)은 이 같은 성공을 일찌감치 예감했다고 한다. 제12회 대구치맥페스티벌을 10여 일 앞둔 지난 18일 이 회장을 만나 대구치맥페스티벌의 시작과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회장과 일문일답.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올해로 12회를 맞는다. 초기와 달라진 점은.
"치맥의 열기에만 기댔던 행사가 어느덧 대구 대표 관광 산업축제로 성장했다. 초기와 가장 달라진 점은 지역민의 참여도다. 올해로 10기를 맞은 대학생 자원봉사자 조직과 40여 명의 지역민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 등 명실상부 시민이 만들어가는 축제로 정착했다. 행사 규모와 참여 확대, 잡상인들이 사라진 먹거리 축제, 친환경을 고민하는 축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모으는 축제 등 많은 부분에서 초창기보다 진일보했다고 자평한다."
▶이 정도 성공을 예감했나.
"대구치맥 브랜드 성공은 단순히 대구가 '치킨의 성지'여서가 아니라 민간의 창의성·노력과 대구시 지원이 합쳐진 결과다. 올해 축제의 경우 유료 테이블 300석이 판매 10분 만에 매진됐다. 행사 기간이 인기 가수 싸이의 '흠뻑쇼'와 겹쳐 걱정이 많았는데, 놀라운 결과다. 이젠 대구의 랜드마크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하고픈 욕심과 책임을 함께 느낀다. 지역 대학생들과 젊은 기업인들의 참여도 역시 매년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치맥페스티벌의 탄생 배경은.
"10여년 전 뜨거웠던 여름의 어느 날 두류공원에서 행복하게 치맥을 즐기던 시민의 모습을 보면서 무릎을 쳤다.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치킨의 탄생지인 대구에서 지역 고유 치맥 문화를 축제로 발전시켜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2013년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조심스럽게 출발했다. 어느덧 10여회를 지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치맥이라는 킬러 콘텐츠가 얼마나 파급력이 있는지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다.
"그동한 숱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쳤다. 호기롭게 치맥 풀파티를 계획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워터피아' 콘셉트를 완성했다. 폭염을 이기려고 기획했던 물총대전 역시 노쇼 사태를 겪으면서 지금의 야간형 축제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았다."
▶'치맥'을 주제로 한 축제는 전국에 많다. 대구치맥의 성공 요인은.
"그동안 대한민국에는 치맥을 주제로 한 많은 행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대구치맥페스티벌도 위기가 있었다. 규모는 커지는 데 인프라 수준이 따라가질 못했다. 초기에는 사람 모으기에만 급급해 기본적인 좌석도 없었다. 바닥에는 흙먼지가 올라왔고, 화장실도 턱없이 부족했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 야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아냥 섞인 우려도 나왔다. 주최 측부터 마인드를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고쳐먹었다. 시민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좌석 마련부터 시작했다. 흙바닥에는 인조잔디를 깔았고, 화장실을 늘렸다. 특히 축제 초기 두류공원과 야외음악당을 점령하고 있던 노점상들을 쫓아낸 게 전환점이었다. 축제 때마다 행사장에 '알박기'를 시도하는 기업형 노점상들을 수백만 원에 달하는 사비를 들여 견인시켰고, 수년간 싸움 끝에 노점상이 축제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게 됐다. 이는 단순히 노점상과의 갈등이 아닌 대구치맥페스티벌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지켜낸 결과다."
▶노점상과 싸우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지난 18일 대구 달서구 한국치맥산업협회 사무실에서 이동환 한국치맥산업협회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대구치맥페스티벌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회차 대회인 2014년 대구치맥페스티벌에 위기가 찾아왔다. 첫 회 거둔 기대 이상 성과에 고무된 주최 측이 일을 너무 크게 벌리면서 1억2천여만 원의 적자가 났다. 당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야시장 업체에서 우리가 갚아줄 테니 야외음악당에서 장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적자를 메꿨다. 눈 앞의 적자를 메꾸려고 노점상을 축제에 들이면, 앞으로 이 행사는 우리가 꿈꿨던 축제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맥 축제에서 막걸리, 통돼지바베큐, 파전, 소주를 파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우리들 주머니를 털어 대구치맥의 정체성을 지켰다. 이 같은 축제에 대한 진정성이 대한민국 맥주 판매 1위 업체인 카스가 지역 축제에 십여 년째 함께 하는 이유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려고 하는 방향에 믿음이 있다면 실패를 겪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정신이다."
▶올해 행사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올해는 작년에 시도해 호응을 얻은 자유광장 중앙무대와 야외음악당 에그돔의 기능을 강화했다. 외국인 전용 글로벌 라운지, 글로벌 굿즈 등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도 운영된다. 이월드와 연계해 불꽃놀이, 거리 공연단 등 다채로운 행사도 준비했다."
▶작년 축제에서 공연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올해 공연 라인업은.
"올해는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아티스트를 우선 섭외했다. 보이그룹으로는 FT아일랜드와 N플라잉이 출연한다.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10CM, 카더가든 등도 섭외했다. 대구치맥페스티벌 홍보대사인 박명수도 무대에 올라 흥겹고 신나는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축제 흥행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우리 축제는 이제 12회를 맞는 성장형 축제다. 지역축제의 한계, 성장동력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도 존중한다. 올해를 글로벌 축제 도약 원년으로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시선과 비판을 넘어서기 위한 것이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K-푸드 1위인 치맥을 콘텐츠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산업적으로는 대한민국 치킨이 세계로 진출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려고 한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전국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든 경제국 부서 관할 축제다. 산업과 경제가 그만큼 축제의 중요한 요소라는 방증이다. 매년 경제유발효과 조사와 매출 분석 등 타 축제에서 중요하게 보지 않는 평가와 분석을 토대로 축제의 방향을 설정한다. 또 축제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대구의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라운지 참여를 통해 치맥축제를 비즈니스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관광·산업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챙겨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축제 규모에 비해 대구시 지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축제의 직접적인 지원 확대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일 뮌헨과 중국 칭다오처럼 연중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인프라 구축은 민간단체인 협회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구시와 긴밀히 협조해 대구치맥이라는 네 글자가 대구를 상징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소통하겠다."
▶회장 취임 3년차다. 소회는.
"전임 회장인 교촌에프앤비 권원강 회장께서 지난 10년간 닦은 밑거름을 토대로 안정적인 협회 운영을 할 수 있었다. 권 회장과 대구치맥 1호 자원봉사자로 헌신해주신 김범일 조직위원장 두 분께 늘 감사드린다. 길을 열어주신 선배님은 물론, 축제를 위해 열정적으로 뛰는 후배들과 함께 하며 더 책임감을 갖게 된다. 이 자리(협회장)를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기부를 통한 사회 환원과 축제의 발전을 통한 공익을 더욱 생각하는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겠다."
▶회장으로서 꿈꾸는 대구치맥페스티벌 미래는.
"100년 축제를 꿈꾼다.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가려고 한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이 독일 옥토버페스트처럼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 되길 희망한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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