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늘어나는데 농촌 파출소는?”… 경북 수사망 흔드는 획일적 치안 정책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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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27 12:20  |  수정 2026-06-27 21:07  |  발행일 2026-06-27
경북 특별경제범죄 3.47배·지능범죄 43.2% 폭증
“도심형 대책 농어촌에 획일적 적용” 비판
전문가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식...실질적 인센티브 도입 시급”
경찰 이미지. 영남일보DB

경찰 이미지. 영남일보DB

올해 초 경북 영주시에 사는 70대 노인 A씨 등 지역 어르신들은 '무료 생필품 증정'과 '건강강좌'를 내세운 임시매장에 유인됐다. 처음에는 환대와 공짜 선물로 친밀감을 형성했으나 곧 고가의 건강식품과 의료기기를 집중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던 한 지역민은 "몇십만 원짜리 제품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들이 홀로 그 억압을 거절하기는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고령층을 노린 악질적인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영주시에서는 "단기간 임시매장을 열고 고가에 물품을 판매하는 '떴다방' 영업이 확산해 피해가 우려된다"며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2026년 5월 기준)에 따르면 경북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8.2%로 전남에 이어 전국 2위다.


이처럼 노인인구가 늘면서 관련 범죄가 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전담해야 할 일선 경찰관 수는 오히려 줄어들어 치안 현장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획일적인 조직 개편과 베테랑 수사관 이탈로 인해 지역 치안 역량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 '고소·고발 반려제 폐지' 등으로 수사 수요가 폭증한 상황에서, 도심형 치안 대책을 초고령 농어촌 지역에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도내 경찰서와 지구대의 일선 인력 축소 및 치안 공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 경제범죄 폭증 속 국가적 수사 지표 하락… 대구는 '선방'


경찰청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노인층이 특히 취약한 보이스피싱과 사기 등이 포함된 '지능범죄' 전국 발생 건수는 2022년 40만5천105건에서 2024년 50만5천208건으로 약 24.7%(1.25배) 증가했다. 경북지역에서도 같은 기간 1만7천983건에서 2만2천544건으로 25.4%(1.25배) 늘었다.


특히 특별경제범죄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23년 11월 전건 접수를 의무화 한 '고소·고발 반려 제도 폐지' 가 기폭제가 되면서 전국의 특별경제범죄 발생건수는 2023년 5만9천90건에서 2024년 10만3천870건으로 1년 새 1.76배 늘었다. 경북경찰청의 특별경제범죄 발생건수 역시 2023년 1분기 432건에서 제도가 안착한 2025년 3분기 1천503건으로 3.47배나 치솟았다.


그래프=AI 클로드

그래프=AI 클로드

반면 전국 총범죄 검거율은 2023년 78.0%에서 2024년 77.2%로 하락했다.


최승근 경북경찰청 수사2계장은 "고소 고발 전건 수리제도 시행 등으로 지능범죄는 증가했고, 특히 특별경제범죄는 법무법인의 저작권법위반 대량 고소로 범죄건수가 증가했다. 저작권법 위반의 경우 사건 IP로만 대부분 고소돼 와이파이 사용 장소에서는 피의자 특정이 어려워 수사가 중지되는 경우가 다수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전국 시도경찰청을 대상으로 단행된 '본청 비대화 및 일선 축소'라는 획일적 조직 개편까지 시행되면서 광활한 관할구역과 초고령 사회라는 경북의 특수성이 맞물려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


◆ 노인 인구 28% 경북… 획일적 조직 개편의 '최대 피해자'


지역별 수사 역량에 따라 결과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구경찰청은 2025년 4분기 기준 82.4%라는 높은 특별경제범죄 검거율로 선방했다. 반면 동일 분기 경북의 검거율은 67.5%까지 떨어졌고, 가장 최근인 2026년 1분기(73.5%)에도 이전의 수사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능범죄 검거율도 올해 1분기 대구 68.6%, 경북은 57.3%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격차는 2024년 전국적으로 단행된 '기형적인 인력 재편'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북청의 전체 정원은 6천973명에서 6천778명으로 195명 감소했다.


눈여겨볼 점은 내부의 기형적인 인력 배분이다. 강원, 전남 등 다른 도 단위 경찰청처럼 지휘부가 있는 경북경찰청 '본청' 정원은 2023년 755명에서 2024년 942명으로 187명이나 폭증했다. 반면 도민들과 직접 부대끼는 도내 경찰서 본서와 지구대·파출소의 일선 경찰관 수는 1년 새 무려 347명(5천748명→5천401명)이나 수직 낙하했다.


경북경찰청 인려 증감. 그래프--=AI클로드

경북경찰청 인려 증감. 그래프--=AI클로드

이에 대해 경북경찰청은 전국적 정책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해명했다.


경북청 관계자는 "경찰서 본서 인원 감축은 정보, 외사 기능 폐지 및 내근인력 감축분이며, 수사인력 관련 도경 형사기동대 신설에 따른 일부 감축 외 실수사인력에는 조정하지 않았다. 또 군위군이 대구시에 편입되면서 2024년 1월 군위경찰서가 대구청으로 이관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북청 전체 정원 감소에 대해서는 "23년 당시 이상동기 범죄 증가 등 치안여건 변화에 따라 경찰조직을 범죄예방과 대응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내근 행정인력을 감축, 전국적으로 기동순찰대(현 광역예방순찰대) 및 형사기동대(현 광역범죄수사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타청으로 정원이 재배치돼 경북청 전체 정원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새 정부 들어서면서 집회,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올초 기동대와 기동순찰대 인원을 감축해 수사인력으로 재배치했다"고 설명했다.


◆ 경북청 "군위 편입·전국적 개편 탓"… 도심형 대책을 농어촌에?


현장과 전문가들의 시각은 경찰청의 해명과 엇갈린다. 도심 다중밀집지역의 이상동기 범죄를 막겠다며 만든 대책(기동순찰대 등)은 '수도권 잣대'의 맹목적 적용이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경찰서 인원 감축은 '중심지역관서제'라는 이름으로 농어촌 치안 공백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은 "중심지역관서제 시행 이후 경북청 관내 지구대·파출소 인력이 587명에서 85명으로 무려 85%나 급감했고, 치안센터 70%가 텅 빈 채 방치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울 등 수도권 도심에 맞는 정책을 수용하느라 정작 떴다방 등 밀착 범죄에 취약한 농어촌 동네 치안망이 무너졌던 것. 그 여파로 지난해 2월 경북 구미에서는 농어촌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경찰이 중심관서제 도입을 전면 백지화하기도 했다.


◆ 안동 이전 후유증 겹친 수사관 엑소더스… "숫자 착시 넘어선 진단 시급"


경찰 지휘부는 기동대 인력을 감축해 수사 부서의 전체 정원을 늘렸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치명적인 수사력의 질적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반박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수사관 1인당 평균 사건 접수 건수는 2021년 대비 32.7%나 폭증했다. 반면 격무를 견디지 못하고 전문 자격인 '수사경과'를 자진 반납한 인원(1천201명)은 2년 연속 늘었고, 자격증을 쥔 채 수사를 기피하는 '장롱면허' 수사관도 5명 중 1명(21.4%)을 차지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수사 부서는 단순히 머릿수만 채워 넣는다고 굴러가는 조직이 아니다. 교묘해지는 지능형 경제범죄를 추적하려면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베테랑 수사관이 필수적이다. 합리적인 수요예측이 아닌,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밑돌 빼서 윗돌을 괴는 식으로 기동순찰대가 만들어졌다. 책임은 지지 않는 기동순찰대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경찰청만의 환경적 악재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지휘부의 개편으로 본청 정원은 늘렸지만 정작 에이스 수사관들은 본청 근무를 꺼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경북청이 대구에 있을 때는 우수 인력들이 본청을 지망했지만, 안동으로 청사를 이전하면서부터는 정주 여건 등을 이유로 본청 진입 자체를 기피한다"며 "아예 수사 부서를 떠나버리는 이탈이 가중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뜩이나 인력 유입이 막힌 안동 본청 상황에서 경험 부족한 타 부서 인력으로 숫자만 채우는 '돌려막기'식 대응으로는 고도화되는 경제범죄를 막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북경찰청 역시 영남일보 취재에 대한 공식 답변을 통해 "사건 난이도 상승과 불만 민원 증가 등으로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엑소더스의 현실을 일부 시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 공통 현상이며 역량 강화를 노력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보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수사 경과 선발시험에 1만 명이 몰려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수사 부서에서 비수사 부서로 전출한 인원도 7.6%로 줄어 수사 인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다르다. 현장의 한 경제팀 수사관은 "최근 응시자 증가는 젊은 경찰들의 승진 스펙 쌓기용일 뿐, 자격증 취득이 늘어난 것을 두고 수사 환경이 개선됐다고 포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경찰 지휘부가 전국 단위의 평균 통계와 신임 경찰들의 숫자로 착시를 일으키며, 정작 경북 농어촌 현장에서 벌어지는 핵심 수사 인력들의 이탈이라는 본질적인 치안 공백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전국 획일적 잣대와 책임 회피에서 벗어나, 격무에 시달리는 수사관들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고 지역 치안 여건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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