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남해안 등지에서 자라는 후박(厚朴)나무는 이름 그대로 두텁고 순박한 느낌의 나무다. 경북에서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귀한 나무이며 껍질은 약재로 쓰인다. 지난해 6월 제주에서 50대 A씨가 후박나무 400여 그루의 껍질을 벗겨 2천여만원 받고 식품가공업체에 팔아넘긴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접한 서귀포시는 수난을 당한 후박나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했다. 수목전공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하니 소생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나무의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껍질이 벗겨진 나무는 그대로 두면 죽지만 형성층이 살아 있으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박치관 한국나무의사협회 제주지회장은 확대경과 탁본 등으로 목질 표면에 붙어 있는 형성층을 확인, 나무의 소생 가능성을 보았다. 형성층이 말라 소멸하는 것을 방지하고 체관부를 생성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면 살릴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황토와 수목보호제를 혼합하여 껍질이 벗겨진 수간에 도포하기로 했다. 그런데 작업 경비가 문제였다. 400여 그루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억 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서귀포시에는 예산이 없었다. "그렇다고 나무의사로서 그 귀한 나무들이 집단으로 죽어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박 지회장은 재능기부를 하기로 하고 몇 주에 걸쳐 400여 그루에 황토보호제 치료를 하고 계속 나무 상태를 살폈다.
1년이 지난 최근 두 가지 뉴스가 보도됐다. 하나는 400여 그루 중 200여 그루가 살아났다는 것, 또 하나는 나무껍질을 팔아넘긴 A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형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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