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지법. 영남일보 DB
대구 달서구의 한 투자유치 회사에서 '이사'로 근무하던 A(41)씨. 어느샌가 자금줄이 막히면서 기존 투자자들의 원금 및 수익금 지급을 걱정하게 됐다. 자신의 가상화폐 매입금 확보도 힘들어졌다. 무엇보다 생활비로 충당할 돈조차 없게 된 상황을 그를 더 위축시켰다. 압박감에 그는 결국 딴 마음을 품게 됐다. 신규 투자자들에게 받은 투자금을 비상장주식 및 펀드 등에 투자하지 않고, 선 투자자들의 상환 대금으로 지급하는 일명 '돌려막기' 수법을 계획한 것.
첫 사기 행각은 2020년 11월에 시작됐다. 당시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B씨에게 "우리 회사는 주로 성장성이 높은 바이오 회사의 장외 주식을 미리 선정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매도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올려주고 있다"며 "수익 실현은 100%에서 1천%까지 나올 수 있다. 수익금은 전부 현금으로 지급해 준다"고 꼬드겼다. 이에 B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3억6천500만원을 A씨에게 건넸다. A씨는 B씨에게 받아 챙긴 돈을 투자 사업 대신 다른 투자자들의 상환 대금 등에 사용했다.
2023년 8월 A씨는 자신의 부인을 통해 알게 된 지인 C씨에게도 마수를 뻗혔다. 그에겐 "혹시 여유자금 있으시면 한 달 묵혀보세요. 비상장주식이고, 시리즈 투자인데 9월말에 10% 수익이 나옵니다"라며 거짓말을 해댔다. 이후 A씨는 2023년 8~10월 2차례에 걸쳐 C씨로부터 총 2천만원을 가로챘다.
2023년 9월엔 D씨로부터 총 6회에 걸쳐 합계 6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지난해 2월엔 E씨가 건넨 투자금 1천500만원을 가로챘다. 모두 원금 보장과 고수익 창출을 미끼로 한 얄팍한 속임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1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진 다른 투자자 6명을 상대로 총 46차례에 걸쳐 3억3천900만원을 받아 챙겼다. 2023년 6~10월엔 투자자 3명을 상대로 각각 5천만원, 5천만원, 1천930만원을 가로챘다.
결국 A씨는 사기, 사기미수,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법 형사10단독 허정인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2년8개월을 선고했다. 허 부장판사는 "이 범행으로 인한 피해금들은 선순위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사건이 형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돌려막기 용도로 사용됐다"며 "피해자들은 자신의 노후자금이나, 그간 마련한 목돈을 투자해 피해를 입었고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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