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기후 변화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

  •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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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4 06:00  |  발행일 2025-08-13
정재학 영남대 교수

정재학 영남대 교수

우리 조상은 농자천하지대본야(農子天下之大本也)라 하여 농사를 최우선으로 두고 지구에서 본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음력으로 1년을 24개의 절기로 나누어 계절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것을 농사에 활용하였다. 통상 우리가 알고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은 이 24절기를 크게 4개로 나누어 표현하는 것으로 각각 6개의 절기를 품고 있다. 각 절기는 15일 간격으로 돌아오며 봄은 입춘·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 여름은 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 가을은 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 겨울은 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이 있다. 여기에 춘분, 하지, 추분, 동지가 있는데 춘·추분은 밤낮의 길이가 같고, 하지는 낮이 가장 길고, 동지는 낮이 가장 짧은 날이어서 이들은 각 계절의 정 중심에 놓이게 된다. 청명은 농사를 시작하여 모를 만들어서 심고, 곡우에는 그 모가 잘 자라도록 비가 내린다. 망종이 오면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를 한다. 백로에는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여 벼를 수확하기 시작하고, 상강에 서리가 내리기 전에 추수를 마치고 보리 파종을 한다.


지난 8월7일은 입추였다. 입추가 가을로 들어선다는 뜻이긴 하지만 여전히 무더운 날씨이다. 2025년 6~7월의 평균 기온은 기상을 관측한 이래로 지구 북반구에서 가장 온도가 높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평균 일 최고 기온이 섭씨 30.1℃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6~7월 최고 온도는 경기도 의왕에서 40.4℃를 기록했다. 이제 대구가 덥다는 말은 옛 추억이 되고 있다. 공식적 기록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모라가 6월 최고 기온으로 46.6℃를 기록했고 스페인의 엘그라나도가 46℃를 기록하며 국가 최고 온도를 경신했다고 한다. 또 이웃 일본도 효고현에서 41.2℃를 기록하며 국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고 한다. 비공식 기록으로는 스페인이 49℃를 기록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기후 온난화로 6월부터 폭염이 시작되면 그 열기가 축적되어 여름이 길어진다. 농사도 절기에 따르던 것이 변화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큰 비나 가뭄으로 농작물은 타격을 입는다. 이탈리아 남부 토스카나 지역에서는 40℃를 웃도는 기온으로 멜론이 넝쿨에 매달린 채 바닥에서 익어버렸다고 한다. 6월부터 세계 각국은 피서철 휴양과 물놀이로 관광객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 때를 여름철 성수기라고 하여 항공권, 호텔비 등이 비싸진다. 하지만 이번 여름 지구 북반구 곳곳의 관광지는 폭염의 직격탄을 맞아 큰 피해를 보았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2025년 여름 성수기를 맞아 약 3천100억엔(3조원 가량)을 투입해 시설 보완과 판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러나 폭염 탓에 입장객이 크게 줄어 경영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는 세계 관광객의 소비 감소로 미국이 125억 달러(약 17조3천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했고, 스페인의 경우 GDP 성장률이 1.4%나 감소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폭염은 농작물에 직격탄을 날렸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폭염으로 올리브유 가격은 50%나 뛰었고 코코아 가격도 280% 폭등하였다.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55% 올랐다. 우리나라도 매년 여름이면 상추, 수박, 사과, 배추 등이 번갈아 금 상추, 금 배추가 되곤 한다. 강물이 말라 선박으로 나르던 물류비용이 오르는가 하면, 노동시장이 경직되는 곳도 있다. 전반적으로 기후 변화는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이러한 현상을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이라고 하며 경제 공황에 빗대어 표현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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