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논란 당시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이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을 향한 특검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대구경북(TK)지역 정치권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민주당과 특검의 칼날이 일부 지역 의원들에게 향하면서 TK 정치권 역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채상병 순직 사건 등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팀은 지난달 11일 'VIP 격노설' 관련해 국민의힘 임종득(영주-영양-봉화) 의원의 의원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 특검팀은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특검팀 사무실에서 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민주당 역시 "'내란사(四)적'으로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을 거론하며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특검의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지역 의원들에게도 관련 수사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 텃밭을 자처하는 지역인 탓에 특검의 수사에 정치가 개입될 경우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특검의 압박에도 지역 의원실 분위기는 대체로 담담하다. 1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의 수사에도 TK 의원실은 '두려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죄지은 게 없으니 당당하다는 설명이다. TK 의원실 한 관계자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린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며 "특검이 한 번쯤은 압수수색을 하러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한 게 없으니 떳떳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불안한 분위기가 전혀 감지되고 있지 않다. PC나 이런 걸 가져간다고 해도 나올 게 없으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지역 의원실 관계자들은 특검의 수사를 다분히 정치적이고 무리한 수사라고 보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임종득 의원의 경우 국회의원이 되기 전 일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온갖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TK의 한 중진 의원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특검에서 부르면 당당하게 조사받을 것"이라며 "오해나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들은 명확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특검에서 의혹을 슬쩍 흘리는 행위 자체가 정치적인 수사임을 자행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TK 의원도 "특검이 수사보다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라며 "보수 진영 인사 망신 주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땐 국민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 방향성을 예측할 수 없는 까닭에 이를 우려하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요즘 의원들끼리 잘 안 보이면 '참고인 조사받으러 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뒤숭숭한 분위기"라며 우려를 전했다. 이어 그는 당내 화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과거엔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당 차원에서 공동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요즘은 당내 분란이 심하니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TK 의원도 "특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들이닥칠지 알 수 없어 걱정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누가 언제 소환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 당시가 떠오르면서 착잡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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