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窓] 전공의 복귀, 의료 정상화의 출발점

  • 박종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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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5 06:00  |  발행일 2025-08-14
박종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박종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최근 의료 현장은 유례없는 혼란과 불안을 겪었다. 지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발표에 반발해 다수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났고, 이로 인해 전국의 병원 시스템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진료와 수술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고, 응급실 운영도 차질을 빚으며 중증 및 응급환자 치료와 필수 의료 서비스에 큰 공백이 생겼다. 국민 모두가 의료 체계의 불안을 피부로 느껴야 했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된 지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발표였다. 현장과의 소통 없이 추진된 정책은 의료계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으며, 특히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숫자만 늘리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실제로 의료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의대 정원만 늘리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결국 전공의들은 무너져가는 의료 체계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전공의는 단순한 '수련 중인 의사'가 아니다. 진료, 수술, 당직 등 병원 운영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필수 인력이다. 이들이 빠진 자리는 곧바로 의료 현장의 기능 마비로 이어졌고, 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졌다. 따라서 전공의들의 복귀는 단순한 인력 보충이 아니라, 의료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복귀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이는 의료계가 오랜 시간 동안 요구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전공의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순히 열악한 처우나 과중한 업무 때문만은 아니었다. 왜곡된 의료 체계, 필수 의료의 붕괴, 진료행위에 대한 법적 불안정성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오랜 우려와 목소리가 누적된 결과였다. 그런 점에서 이제라도 정부가 전공의들의 외침을 '처벌'이 아닌 '대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전공의 복귀는 국민에게 의료 현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안정적인 진료에 대한 희망을 주는 신호탄이자,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첫걸음을 내딛는 계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귀 이후의 변화다. 전공의들이 다시 진료 현장에 안착하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수련 환경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과도한 근무, 법적 위험, 불투명한 진로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단기적인 정책 발표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고 실질적인 시스템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전공의들이 안정된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우리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


의료계도 역시 함께 변화해야 한다. 갈등과 대립보다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환자를 중심에 둔 의료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젊은 의사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전공의 복귀는 의료계가 제자리를 되찾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번 복귀가 일시적인 봉합이 아닌, 대한민국 의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도 개선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공의들이 다시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위해 열정을 쏟고, 정부와 의료계가 손을 맞잡고 진정한 의료 개혁을 이뤄내기를 바란다. 그 첫걸음을 함께 디뎠다는 점에서, 이번 복귀의 의미는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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