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균형발전, 역사에도 필요하다

  • 이다영 포항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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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4 14:44  |  발행일 2025-08-14
이다영 포항시의원

이다영 포항시의원

지난 7월 15일 대구에서 110년 만의 대한광복회 결성 기념식을 갖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광복회 우대현 대구시지부장의 이야기를 다룬 영남일보 7월 23일자 칼럼 (110년 만의 기념식)을 읽었다. 최근 광복회에서 우대현 지부장님을 만나고 나오는 길, 밝게 인사를 드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죄송하고도 부끄러운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칼럼 기사를 통해 대구경북의 독립운동 유산이 처한 현실을 접한 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것은, 이 지역이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그러나 그 위상에 비해 보존된 유적지나 기념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이 역시 결국, 역사 속에서도 균형 발전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균형 발전은 단지 산업이나 인프라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 교육, 복지와 더불어 '역사' 또한 균형 있게 다뤄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개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독립운동사를 비롯한 국가 기억의 형성 과정에서도 수도권 중심의 시각과 접근이 깊게 자리 잡아왔다. 그 결과, 지방의 역사적 자산은 충분히 발굴되거나 기념되지 못하고, 기억의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구형무소다. 일제강점기 서대문·평양과 함께 3대 형무소로 꼽히며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투옥되고 순국한 장소였지만, 현재는 그 존재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서울의 서대문형무소는 독립운동 사적지로 복원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역사교육의 현장이자 국가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똑같이 피와 희생이 서린 공간이지만, 한쪽은 국가적 기념지로, 다른 한쪽은 기억의 변방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기억의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차이가 아니라, 독립운동사를 포함한 역사 정책 전반이 중앙 중심, 수도권 중심의 시각으로 기획되고 재현되어온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산업과 문화, 행정에서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자 수많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지금, 역사 또한 그 틀 안에서 다뤄져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기억, 정체성 역시 균형 발전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구형무소 복원과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은 단순한 유적지 조성 사업이 아니라, 역사 균형 발전의 상징적 실천이다. 지역의 독립운동사를 물리적 공간으로 되살리고, 기억의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과정은 곧 대한민국 전체의 역사적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광복회와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등은 이미 방대한 사료 정리를 통해 이 작업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이제는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나설 때다.


우리가 진정한 균형발전을 말한다면, 그것은 도로와 산업단지, 기업 유치만이 아니라 각 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적 자산을 온전히 인정하고 기념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독립운동은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대한민국의 뿌리는 전국 각지에서 흘린 피와 눈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균형 잡힌 기억의 나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다가오는 광복 80주년, 이제는 기억의 수도권 편중에서 벗어나 역사 속에서도 균형 발전이 실현되어야 할 때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미래세대에 남겨야 할 가장 값진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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