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복 80주년, 내 마음의 주권을 되찾다

  • 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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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4 09:12  |  발행일 2025-08-14
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1945년 그날,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고 하늘에는 태극기가 물결쳤다.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이 골목골목을 울렸고, 서로를 끌어안은 눈에는 눈물이 빛났다. 그날은 주권을 되찾고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난, 진정한 '해방'의 날이었다. 자유는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희생과 헌신 끝에 얻어낸 결실이었다. 광복은 독립을 넘어 억눌린 존재가 '나답게' 숨 쉴 수 있게 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그 감격 속에는 "다시는 잃지 않겠다"는 결연한 다짐이 서려 있었다.


8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이기 위해 얼마나 간절하게 살아왔는가?" 나라의 광복은 이루었지만, 마음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을 수 있다. 남이 설계한 길을 무심코 걸으며 타인의 인정과 기준에 기대어 사는 삶, 이것이 '타인의존적 삶'이다.


그 마음속 족쇄는 보이지 않지만, 현실의 쇠사슬보다 더 단단하다. 스스로 내린 결정보다 주변의 기대에 맞춰 선택하는 순간, 마음은 이미 그 족쇄에 묶인다. 타인의 한마디에 흔들리고 외부 평가에 맞추다 보면 정체성을 잃게 된다. 누군가의 말에 자신감이 무너져 스스로를 깎아내린다면, 마음의 주권은 이미 외부로 넘어간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평생 타인의 틀 속에 갇혀 살게 된다. 마음의 광복은 이 굴레를 끊는 데서 시작된다.


반대로, 자기주체적 삶은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 사는 삶이다. 남이 정한 무대에서 내려와 조명과 대사까지 스스로 정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요소가 나의 선택에서 나올 때, 삶은 '내 이야기'가 된다. 무대에 오르는 발걸음은 두렵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남들의 시선보다 내 안의 기준을 우선하고, 작아 보이는 선택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실패 앞에서도 자신을 격려하는 태도, 그것이 자기주체적 삶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누린다.


이 자기주체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바로 '마음공부'다. 독립운동이 펜, 연설, 무장 투쟁, 만세 시위 등 각자의 자리에서 이뤄졌듯, 마음공부 역시 각자의 삶 자리에서 시작된다. 그 본질은 단순한 위로나 지식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을 성찰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 익숙한 불행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성찰이 주는 낯선 불편을 받아들일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세 가지 질문에서 출발해보자. 첫째,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이 감정은 나를 살리는가, 아니면 서서히 죽이는가?" 둘째, "이 감정은 어떤 생각에서 비롯되었는가? 그 생각은 과연 합리적인가?" 셋째, "지금의 행동과 선택은 나를 자유롭게 하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기대와 시선 속에 가두고 있는가?" 이 물음이 내 마음에 휘날리는 첫 태극기가 될 것이다. 바람이 불면 그 깃발을 더욱 굳게 붙잡고, 쓰러지면 다시 세워야 한다. 그 깃발이 서 있는 한, 나는 마음의 주권을 잃지 않는다.


광복 80주년, 우리는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난 역사를 기념한다. 동시에 우리 자신에게도 선언해야 한다. "올해 8월 15일, 나는 마음의 주권을 되찾겠다." 80년 전 그날, 우리는 자유의 숨을 쉬었다. 그 감격은 세대를 넘어 오늘까지 이어졌다. 자유는 권리가 아니라, 스스로 지켜내야 할 책임이자 태도다. 그날의 자유는 우리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를 가르쳐주었다."아침에는 자유롭게 살겠다고 다짐하며 하루를 열자." "저녁에는 나답게 살았는지 성찰하며 하루를 닫자." 자유를 지킨 선조들의 용기처럼, 오늘의 우리는 마음의 속박을 끊는 용기를 내야 한다. 이것이 광복 80주년에 바칠 가장 값진 헌화이자, 미래 세대에게 전할 정신적 유산이다.


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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