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대구YMCA 시민논단 ' 대구시 상수원 이전, 어떻게 할 것인가?'가 21일 오후 대구YMCA 청소년회관에서 열렸다. 경북대 이승준 교수가 '낙동강 수질과 대구시 상수원의 미래'라는 내용으로 주제발제를 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1일 대구YMCA가 대구시 상수원 이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시민논단'에선 대구시민이 먹는 물의 안전성을 담보하려면 낙동강 본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취수원 다변화와 낙동강 자체의 수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대구시가 추진해온 안동댐 활용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은 수질 문제와 경제성 논란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대구, 낙동강 본류 의존 심각…다변화 불가피
이날 대구 YMCA 청소년회관에서 열린 시민논단에서 국립경국대 김영훈 교수(환경공학과)는 대구시 상수원 관리대책과 안동댐의 현황을 테마로 주제발표를 했다. 김 교수는 "대구는 낙동강 본류에서 66%, 댐에서 34%를 취수하고 있다"며 "전국 평균이 70%가 댐 물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천수는 본질적으로 오염도가 높아 결국 시민들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물을 마시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 거론됐던 대안으로 △구미 해평취수장 상류 이전 △임하댐 활용 △금호강 유지용수 및 강변여과수 확보 △안동댐 활용 등을 소개하며 대구 취수원 다변화 불가피성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구미 취수원에도 오염 우려가 있어 구미보다 더 상류로 이전하는 것은 타당하다 본다. 하지만, 취수원을 안동댐까지 끌어오는 것은 환경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했다.
앞서 주제발표(낙동강 수질과 대구시 상수원의 미래)한 경북대 이승준 교수(환경생명화학과)도 "대구가 초고도 정수처리를 도입한 이유는 원수가 깨끗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단일 수원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수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도 함께 병행돼야
이 교수는 취수원 다변화와 함께 낙동강의 수질개선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결국 낙동강 본류 자체의 수질 개선 없이는 어떤 이전도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낙동강은 여름철마다 녹조 문제가 반복된다. 남세균이 대량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손상, 암, 생식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미량 오염이어도 독성이 강할 수 있어 정수처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낙동강은 이미 생활하수·산업폐수 등 다양한 오염원이 동시에 유입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 교수는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고는 취수원을 아무리 옮겨도 문제는 반복된다"며 "생활하수 처리 강화, 산업단지 오염수 배출 규제 등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맑은물 하이웨이'…안동댐도 안전하지 않다
이날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안동댐을 활용한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김영훈 교수는 "안동댐 상류엔 수많은 폐광산과 제련소가 밀집해 카드뮴, 비소, 납 같은 중금속이 유출되고 있다"며 "2017년 환경부 수질 조사에선 전국에서 유일하게 세 곳이 '매우 나쁨' 등급을 받았다. 이 세 군데가 모두 안동댐의 세부 위치였다"고 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안동댐은 하천 유지유량을 확보하지 못해 하류 생태계와 수질이 동시에 악화될 수 있다"며 "댐은 단순 저장 기능만 강조할 게 아니라, 수질관리와 기후 적응 기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제성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B/C·기준치 1.0 이상)은 0.78에 불과하다"며 "이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전 편익을 과도하게 반영한 수치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 경제성은 0.3수준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질과 경제성 두 측면 모두에서 안동댐 활용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대규모 토목 사업보다는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안동댐의 녹조 문제와 관련해 이 교수는 "댐 수계도 부영양화가 진행돼 여름철 독성 남세균이 확산된다"며 "댐 물이라고 반드시 안전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부영양화'는 더러운 물이 하천에 유입돼 이를 양분삼아 플랑크톤이 비정상적으로 번식해 수질이 오염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 "상류 지자체에 대한 구조적인 책임 강화 필요"
지정토론에선 지자체 간 갈등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계명대 김해동 교수(환경공학과)는 "수십년간 취수원 문제는 지자체 간 갈등을 유발해왔다. 특히 상류지역은 권한은 주장하면서도 오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상수원 보존의 책임과 권한을 함께 묶어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 해평취수원도 오염도를 따졌을 때 강정고령보 등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안동댐보다는 합리적이지만, 구미 해평취수원도 많은 비용을 들여 끌어오는 게 합리적인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대구시는 인근 금호강 강변여과수 등 가까운 수자원 활용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행정 신뢰 회복 위해 "시민 참여 구조 만들어야"
행정 일관성 부족과 그에 따른 시민 불신도 도마에 올랐다. 윤영애 대구시의회 의원은 "민선 7기에서 어렵게 합의한 해평취수원 이전안이 민선 8기에서 뒤집혀 시민 불신이 깊어졌다"며 "행정은 결과를 내지 못했고 시민은 여전히 수돗물을 불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특히 "수돗물 불신은 단순히 수질 문제가 아니라 행정 불통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정책 수립 과정에 시민사회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은 행정이 무엇을 결정했는지를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대상이 아니다. 정책 과정에 의견을 내고 결과를 함께 책임지는 주체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홍의락 전 국회의원도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 이후 해평취수장 이전 합의까지 이뤄졌지만, 2022년 홍준표 시장 취임 뒤 하루아침에 파기됐다"며 "환경적·기술적 한계가 뚜렷한 안동댐을 대안으로 추진한 건 무리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 필요한 건 새 댐 건설이나 무리한 이전이 아니라, 수질 개선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다시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계산이나 임기 내 성과에 급급한 접근으론 30년 묵은 숙제를 풀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낙동강 수계 문제는 특정 시장이나 행정기관이 단독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상류·하류 지자체, 정치권, 시민사회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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