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메일] 두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

  • 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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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5 06:30  |  발행일 2025-08-24
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

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

우울 진단을 받고 트라우마 후유증을 호소하던 한 30대 젊은 소방관이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사라졌다. 실종된 지 열흘 만에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타살 흔적은 없다고 한다.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방관은 3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에 투입된 소방관이었고 평소 이 사건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과 후유증을 호소하며 여러 번의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경남 고성의 한 40대 소방관도 지난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이 소방관 역시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소방서에 근무 중 현장 수습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방관도 비슷한 이유로 트라우마의 고통을 호소하며 요양 휴직을 신청했으나 반려되자,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다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두 소방관의 공통점은 바로 3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하여 사고를 수습했고, 이로 인해 트라우마와 심한 우울증세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 소방관, 또 의료인 등 이들은 누군가의 사건, 사고를 매일 마주하며, 현장 최전선의 죽음에 맞서는 사람들이다. 일반인들은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들은 일상에서 자주 이런 고통과 충격을 고스란히 경험하며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은 근무 중 충격적 트라우마 상황을 자주 목격하고 이들 역시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직군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관리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꽤 많은 인원을 며칠에 걸쳐 상담을 시행하게 되었는데, 스트레스 정도를 진단하는 단계에서 전반적으로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 혹시 기기 이상인지 잠시 점검을 진행한 적이 있다. 물론 기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현장에 출동하는 직군이 아니고 관제나 행정 관련 업무자였음에도 기본적인 스트레스 지수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상황이 이럴진대,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이나 경찰관들은 얼마나 더 취약할 것인가. 코로나 상황에서는 수많은 의료진이 치료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고 다양한 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을 앓았다.


나라 안팎으로 범죄와 전쟁과 지진과 기후 위기, 각종 질병과 산업 재해로 죽음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뉴스는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전하고 있다. 고통과 죽음에 맞서는 업무는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매일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며. 이런 극심한 상황에 지속해 노출되는 이들을 위한 더 신속하고 특별한 심리지원이 시급하다. 특히 트라우마적 상황은 24시간, 늦어도 48시간 이내에 가능한 빠르게 개입하는 것이 더 좋은 예후를 나타내기 때문에 빠르고 신속하게 전문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상처나 트라우마 치료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지속해 상황을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그것이 이후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긍정성과 힘을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일상에서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는 상담이나 심리치료 지원과 더불어 죽음에 대한 이해를 돕는 죽음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죽음을 마주하고 주검을 수습하는 일이 결코 쉬울 수 없다. 우리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힘겨운 일상을 견디며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이들을 위한 많은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 화려함과 풍요로움 뒤에서 우리 사회를 굳건히 지키는 이들을 위해 국가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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