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교포 기업인과 대화, 행정이 뭐야?

  • 안병윤 국립경국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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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6 06:00  |  발행일 2025-08-25
안병윤 국립경국대 부총장

안병윤 국립경국대 부총장

학생 해외 인턴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을 다녀왔다. 해외 출장은 늘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번 역시 교포 기업인들과 나눈 대화 속에 큰 울림이 있었다. 그 울림은 H마트를 비롯해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이 성공 과정에서 흘린 눈물과 땀에 관한 것이었고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기록이었다.


그들의 한결같은 말은 "시집간 딸은 친정이 든든해야 대접받는다"였다. 미국은 시집살이였다. 그들이 미국에 정착할 당시 한국은 가난했고, 한국인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자동차와 반도체, 첨단 IT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접을 조금 받는단다.


그들은 친정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을 했다. 걱정은 구체적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FTA의 혜택을 누리던 한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을 것을 걱정했다. 또한 법인세 인상,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 등으로 인한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했다. 사회적 안전망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다면 결국 국민 경제 전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기업인 입장의 걱정이었다.


더 나아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도 주목했다. 원자력 발전을 제외한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누군가 외화를 벌어야만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외화를 버는 그 누군가가 기업이고 기업 활동의 활력이야말로 국가 경제의 생존을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들과의 대화는 자연스레 지역 문제로 옮겨갔다. 대부분 경북 북부지역이 고향인 그들은 경북에서도 산업·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고향이 발전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면서 도청 신도시로 도청이 이전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체되어 있고 지역발전의 이끌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걱정과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결국 찾은 해법은 지역에 산업단지를 만들어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그들은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것은 한 우물을 파라는 것이다. 자기들은 20년, 30년 자기들의 계획대로 꾸준히 한 우물을 판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행정은 중앙이나 지방이나 할 것 없이 행정의 일관성이 없어 한 우물을 파기 힘들다고 했다. 중앙 정부든 지방 정부든 단순한 인기 영합이나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뒤집기를 지적하는 듯했다.


물론 그들의 분석이 다 맞지는 않는다. 그러나 30년 행정을 해온 필자의 얼굴이 화끈한 대목이었다. 경북도청 신도시가 계획대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는 것도 순간 겹쳐졌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의 시간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올바른 행정의 역할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으로 채워졌다. 행정의 일관성, 예측 가능성 등 행정학을 공부하던 시절 늘 들고 다니던 화두들이다. 새삼 필자 자신에게 물어본다. 행정이 뭐야?


이번 출장을 통해 얻은 성과는 크다. 학생들의 해외 인턴 기회 마련 못지않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행정의 올바른 역할에 대해 행정학도 시절로 되돌아가 고민을 한 계기가 된 것이다.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말할 수 있는 답도 얻었다. 중앙 정부든 지방 정부든 행정은 그저 국민과 주민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투명하고 예측할 수 있게, 일관성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라도 발전하고 국민도 편해진다. 지역도 발전하고 주민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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