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익 작가, 고향 대구서 첫 개인전…‘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현실’을 그리다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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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31 15:21  |  발행일 2025-08-31
일상부터 거장까지…작품에 담아낸 철학적 서사
미술관의 권위, 예술의 본질을 묻다
10월18일까지 대구 중구 갤러리 CNK
서상익 작가가 자신의 작품 '거대한 일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서상익 작가가 자신의 작품 '거대한 일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회화를 통해 우리 시대의 '리얼리티'를 탐색해 온 서상익 작가가 고향 대구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갤러리 CNK는 오는 10월18일까지 서상익 개인전 'At Some Afternoon'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 변천사를 품은 회화작품들을 통해 그림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자기성찰의 여정을 관람객에게 들려준다.


서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하나만 하라'라는 주변의 조언에도 불구, 다양한 형식과 주제의 작품을 시도했다. 이후 서 작가가 깨달은 것은, 겉으로는 중구난방처럼 보였던 자신의 작업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다'라는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현실을 개인의 경험과 상상, 사회가 만들어낸 관념이 혼재된 복합적 '레이어'로 정의한다. 초현실적 느낌의 초기작부터 거대한 광고판 앞에 선 인물들을 담은 최근작까지, 모두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다.


전시작들은 변화를 향한 서 작가의 실험 결과물이다. 과거에는 붓으로 깔끔한 면을 채우는 평면적인 작업에 머물렀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뭘 그려도 비슷하게 나온다"는 깨달음을 얻기까지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점묘법처럼 점들을 찍어 면을 만들거나, 나이프와 주사기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시도했다. 결국 그가 찾은 답은 '태도'의 변화였다. 현재는 레이어들을 쌓으면서 면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상을 고정된 존재로 보지 않고 흔들리는 '일렁임'으로 표현하기 위해,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을 얇게 여러 겹 펴 바르는 등 치밀한 조형적 고민을 실천하고 있다.


서상익 '거대한 일상'

서상익 '거대한 일상'

전시장 2층에 걸린 '거대한 일상'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간다. 이 작품은 서 작가가 여행을 다니며 얻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공항 로비를 거니는 인물들을 거대한 패션 브랜드 광고판 앞에 배치했다. 서 작가는 광고판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자본주의의 선전물로 간주하며 원근이 깨진 화면을 통해 실체와 관념이 엉킨 현실을 드러낸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라는 관계 속에서 '리얼리티'의 의미가 어떻게 규정되는지를 묻는 서 작가만의 철학을 담고 있다.


갤러리 CNK 3층 전시장에서 서상익 작가의 '화가의 성전'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갤러리 CNK 3층 전시장에서 서상익 작가의 '화가의 성전'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회화의 의미를 되묻는 '화가의 성전' 시리즈는 관념을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화가라는 명성이 진정한 예술의 의미를 잠식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리즈는 '그림을 왜 그려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했다. "그림은 세상에 아무 쓸모없는 존재"라는 누군가의 자조 속에서, 그는 회화를 하나의 거대한 '종교'에 빗대고 대가들을 '성인'으로 비유하며 그들의 업적을 한 화면에 담는 작품을 구상했다. 션 스컬리, 잭슨 폴락 등 거장의 작품과 얼굴이 함께하는 이 시리즈는 "내가 거장의 작품을 살 수 없어도, 거장의 얼굴과 작품이 담긴 그림은 살 수 있다"는 컬렉터들의 반응을 끌어내며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서 작가는 이 과정에서 역설적 깨달음을 얻었다. 그림의 가치가 작가의 창작적 만족도나 작품 자체보다 대상이 된 거장의 유명세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서상익 '익숙한 풍경2'

서상익 '익숙한 풍경2'

서상익 'The long and winding road'

서상익 'The long and winding road'

미술관의 권위에 대해 묻는 작품들은 미술 애호가들을 생각에 빠뜨리게 한다. '익숙한 풍경2'는 미술관의 빈 벽을 응시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배경에 걸린 유명 작가의 작품들을 지워버리고 흔적만 남겨 관람객의 '경험'이 작품 자체보다 더 중요한 시대적 아이러니를 강조한다. 'The long and winding road'에서는 가난한 무명 예술가가 미술관의 구조적 위압감을 깨려는 듯한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서 작가는 '우리가 과연 미술관 방문을 통해 작품을 보는 것인가, 경험을 소비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갤러리 CNK 관계자는 "서상익 작가의 작품은 완성된 답을 제시하기보다, 관람객 스스로 삶과 존재의 의미를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질문의 자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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