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어떤 가치’에 투자하십니까

  • 김세현 기술보증기금 고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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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5 06:00  |  발행일 2025-09-04
김세현 기술보증기금 고객부장

김세현 기술보증기금 고객부장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부동산 불패 신화'가 지배해왔다. 많은 이들이 결국 돈은 부동산으로 몰린다고 믿으며, 국민 자산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와 토지, 예금에 묶여 있다. 그러나 이 믿음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활력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혁신 기업으로 흘러가야 할 자금이 가로막히고, 지역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침체에 빠져 있다.


이재명 정부가 "주식에 투자 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진 이유는 분명하다. 투기를 부추기려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중심의 자산 축적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가 생산적 투자에 참여해 성과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자산에 투자하느냐보다, 어떤 가치에 투자하느냐이다.


투자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직접 기업을 경영하며 자산을 투입하거나, 이미 운영 중인 기업에 자본을 맡기는 것이다. 겉모습은 달라도 철학은 같아야 한다. 기업의 가치를 신뢰하고 장기적으로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영자는 시장이 과소평가한다고 불평하고, 투자자는 기업이 과대평가됐다고 의심한다. 서로의 눈높이가 다르니 신뢰가 쌓이기 어렵다.


이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은 명확하다. 기업은 투자자의 기준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투명하게 보여주어야 하고, 투자자는 단기 수익률을 넘어 기업의 철학과 사회적 책임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투자 철학이 자리 잡을 때 가치투자는 기업을 성장시키고 사회 전체의 활력을 높인다.


데이터도 이를 증명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뉴딜 지수'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약 30%로 이는 코스피의 약 10배 수준의 수익률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배터리 소재, 의료기기, 로봇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새로운 일자리와 지역 경제의 활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동산에 묶여 있는 자금이 이런 기업으로 흘러간다면 부동산 불패 신화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가치에 투자하는 '국민참여형 경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주식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불확실성이 크고, 단기 시세에 휘둘리면 손실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 때문에 기회를 외면한다면 우리 경제는 영원히 과거의 틀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말하는 투자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가 아니다. 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믿고 함께 성장하는 장기적 동반자 관계를 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기업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여 기업가치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둘째,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과 연금 제도를 강화해 국민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지역 기반 벤처펀드와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을 통해 자본이 지방경제의 동맥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장치가 뒷받침될 때 국민의 투자 철학은 투기에서 가치로,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해답은 분명하다. 부동산 불패신화에 머물러서는 미래가 없다. 이제는 자산 증식의 관점을 넘어, 국민 개개인의 투자금이 혁신기업을 키우고 그 성과가 다시 사회로 환원될 때 비로소 포용적 성장이 가능하다. 주식투자는 개인의 재테크를 넘어 우리 경제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시민적 참여의 수단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가치에 투자하고 있는가?" 단기 차익의 환상인가, 아니면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키우는 혁신과 책임의 가치인가. 기업가와 투자자가 같은 가치 기준을 공유할 때, 비로소 경제는 다시 도약할 수 있다. 답은 결국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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