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연합뉴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이민 단속 사태가 발생하며 한·미 '투자 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DEA) 등 500여명의 요원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작전으로 현장을 급습,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한 근로자 475명을 체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ICE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단속을 정당화 했고,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법 집행을 지지한다"고 가세했다. 특히 조지아주 하원의원에 도전하고 있는 공화당 소속의 토리 브래넘은 "한국 기업이 세제 혜택만 받고 미국인을 고용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당국에 제보했다고 밝혀, 이번 사태가 트럼프 지지층의 불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단속은 양국이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세 문제를 놓고 민감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터져 나와 외교·경제적 파장이 심각할 전망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한국 정부에 사전 통보도 없이 이뤄진 이번 단속이 한·미 관계를 시험대에 올렸다"며 대미 투자 전반에 미칠 냉각 효과를 우려했다.
ICE가 공개한 영상에는 체포된 근로자들이 손발에 체인을 묶인 채 연행되는 모습이 담겨 충격을 더했다.
정부는 워싱턴 총영사를 반장으로 한 현장대책반을 급파해 영사 면담을 진행하는 등 국민 보호와 조기 석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오후 "관련 부처와 경제단체, 기업이 한마음으로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 됐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이날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이 같이 전하면서 "다만, 아직 행정적 절차가 남아있다. 이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이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또 "유사사례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업과 공조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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