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일부 의원들이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서 손을 맞잡았던 여야가 하루 만에 또다시 충돌했다. 9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힘을 겨냥 '내란'을 수차례 언급하며 포문을 열자,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 일부 지도부가 퇴장하는 등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
이날 국회는 오전 10시 8분쯤부터 정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했다.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온 정 대표는 연설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곧바로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 청산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며 "국민의 삶을 외면하던 부정부패를 청산하자는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힘은 정 대표의 '내란'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큰 소리로 항의했고, 정 대표도 국민의힘을 향해 삿대질하며 응수하기도 했다. 내란 언급이 지속되자 연설이 14분가량 지난 후부터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몇몇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정 대표가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급기야 보수에게 비상계엄 내란을 부추기고, 극우와 손잡게 하고 있다"는 부분을 읽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란을 부추겼다"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내란과 절연하십시오"라는 정 대표 발언에 국민의힘은 "반미 좌파"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 대표가 민생경제협의체, 민생 회복 소비쿠폰 등 이재명 정부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하자 "거짓말"이라며 고성으로 맞섰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이 역대급 성공이라는 평가에 "아무말 대잔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정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거대 여당 대표의 품격을 기대했는데 너무나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보는 커녕 여전히 국민의힘을 없애겠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며 "그저 명비어천가를 부르고 자화자찬하는 데 바빴다"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이날 오전 SNS에 "명불허전이다. 정청래는 정청래다웠다"며 "늘 정 대표의 연설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유튜브에 올릴 강성 지지층 대상 쇼츠 영상을 양산하기 위해 준비라도 한 듯한 자극적 언사만이 가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내란'이라는 단어를 26회 꺼내들었다. 이는 국민(87회) 이후 두 번째로 많이 언급한 단어다.

서정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