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빛으로 경쟁하는 성주와 고령

  • 석현철
  • |
  • 입력 2025-09-10 16:41  |  수정 2026-01-20 15:42  |  발행일 2025-09-10
석현철 기자

석현철 기자

요즘 관광의 키워드는 '밤'이다. 단순히 낮에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관광에서 벗어나, 빛과 미디어를 입힌 야간 콘텐츠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교토의 사찰 라이트업, 프랑스 리옹의 빛 축제는 이미 도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성주군과 고령군이 최근 선보인 야간관광 프로그램도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성주군은 일찌감치 성밖숲 나이트워킹 페스티벌, 가야산 치유의 숲 야간 개장 등으로 '걷기와 치유' 중심의 야간관광 모델을 선보였다. 단순히 산책로를 밝히는 수준이 아니라 음악과 퍼포먼스를 곁들여 숲의 어둠을 하나의 무대로 재해석했고, 특산물인 참외와 결합해 먹거리·체험·관광이 하나로 이어지는 패키지 상품을 모색했다. '밤에 걷는 경험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콘셉트는 성주의 야간관광에 뚜렷한 색깔을 부여했다.


이에 맞선 고령군은 한발 더 나아가 '빛의 숲'을 내놓았다. 대가야수목원 일원에 조성된 '대가야 빛의 숲'은 총사업비 62억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다. 도비 26억원과 군비 36억원이 들어갔으며, 약 3만㎡에 달하는 숲길 곳곳에 7가지 테마 조명과 포토존, 미디어아트, 라이팅 쇼가 배치됐다. 낮에는 수목원의 생태적 매력이 살아 있고, 밤이 되면 화려한 빛과 영상이 어우러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천년 고도의 역사를 배경으로 자연과 현대적 감각을 융합한 것이다.


이같은 성주와 고령의 시도는 방향성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두 지자체 모두 '보고 가는 관광'에서 벗어나 '머물고 소비하는 관광'을 지향한다. 다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성주는 전통과 자연 속 걷기를 통해 감성적 체류 경험을 주고, 고령은 미디어아트를 통한 시각적 체험으로 승부를 건다. 서로 다른 색깔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체류형 관광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의도가 닮아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야간경관사업은 개장 초기에는 화제를 모으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식상해질 수 있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콘텐츠 보강과 시설관리가 따라가지 못해 빛이 바랜 사례가 적지 않다.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콘텐츠 교체와 보강이 필수다. 주민과 지역 예술인, 상인들이 참여해 프로그램을 구성해야만 진정한 지역경제 선순환이 가능하다. 단순한 '빛의 향연'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축제로 뿌리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성주와 고령의 밤이 이제 막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 빛이 단순한 불빛에 그칠지, 아니면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오고 지역의 숨결을 되살리는 '진짜 빛'으로 거듭날지는 앞으로의 운영과 참여에 달려 있다. 기자의 시선이 오래 머물며 그 변화를 지켜볼 일이다.



기자 이미지

석현철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