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철 기자
요즘은 '밤의 관광'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낮에는 역사와 자연을 보여주고, 밤에는 빛과 미디어를 입혀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방식이다.
세계적으로도 야간경관은 주요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 교토의 사찰 라이트업, 프랑스 리옹의 빛 축제는 이미 도시 브랜드가 되었다. 성주와 고령의 도전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역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스토리텔링만 뒷받침된다면,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브랜드 관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성주군은 이미 성밖숲 나이트워킹 페스티벌, 가야산 치유의 숲 야간 개장 등을 통해 야간 관광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단순히 산책로를 밝히는 수준이 아니라 음악과 퍼포먼스를 곁들여 '밤의 숲'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발전시켰다. 성주 참외라는 특산물까지 결합되면, 먹거리·체험·관광이 하나의 패키지가 된다. '걷기 경험'을 앞세운 성주의 야간관광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유하는 색깔을 지닌다.
이에 맞서 고령군은 대가야수목원 일원에 '대가야 빛의 숲'을 개장했다. 3만㎡ 규모 숲길 곳곳을 7가지 테마 조명과 포토존, 미디어아트로 꾸며 밤을 환하게 밝혔다. 낮에는 수목원의 생태적 매력이 살아 있고, 밤에는 화려한 빛의 무대가 펼쳐진다. 천년 고도의 역사를 배경으로 자연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이 공간은 고령이 가진 정체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낸다.
두 군의 시도는 분명한 공통점을 가진다. 모두 '보고 가는 관광'에서 벗어나 '머물고 소비하는 관광'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지역 상권과 연계된 체류형 관광을 추구한다. 성주는 전통과 자연 속 걷기를 통해, 고령은 미디어아트를 통한 시각적 체험으로 접근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야간경관 사업은 초기 개장 때 관심을 모으기 쉽지만, 콘텐츠 교체와 시설 관리가 따라가지 못하면 곧 식상해진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실패 사례가 있다. '빛의 향연'이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콘텐츠 보강과 주민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역 예술인과 상인이 함께 참여해 프로그램을 꾸려야만 진짜 지역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주와 고령의 밤이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빛이 단순한 불빛을 넘어,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오고 지역의 숨결을 살리는 '진짜 빛'이 될 수 있을지, 기자의 눈길도 오래 머물러 지켜볼 일이다.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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