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작은 흔적, 나의 글쓰기

  • 전상준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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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5 06:00  |  발행일 2025-09-14
전상준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전상준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수필이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 보통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뉘는데,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유머, 위트, 기지가 들어 있는'(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교술 장르이다. 작가의 관점에 따라 대상이나 세계를 다양하게 쓸 수 있다. 따라서 언제·어디에서, 어떻게·왜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글은 작가의 수준과 비례한다고 한다. 작가가 눈높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쉽게 쓸 수 있고, 어렵게도 쓸 수 있다. 글 속 내용과 표현 수준이 글의 수준이 아니다. 다소 어눌하게 보이는 글이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수필가다. 작은 이야기 속에 진실을 담은 글을 쓰고 싶다. 작품을 읽고 '내 생각과 같다' 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고 싶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좋다. 소박하게 옆에서 이야기하듯 같이 웃고, 고개 끄덕이며 손잡아 줄 수 있으면 한다. 나아가 독자의 긍정적인 삶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수필 쓰기가 두렵다. 누군가 읽게 되기 때문이다. 나의 삶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 읽고 시간 낭비라 한다면 그것은 기만이다. 나는 독자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 행여나 '이런 글을 왜 썼느냐?' 질책하는 사람이 있다면 능력의 부족에서 온 것이지 독자를 속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앞으로 얼마간 수필을 더 쓸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마음이 맑아지고, 생각이 깨끗해지고, 행동을 바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한 편의 글이 삶을 뜻깊은 방향으로 바꿨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삶의 자세를 유지하게도 했다. 수필 쓰기, 결국 나를 위한 글쓰기다. 나를 위한다고 독자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정서법에 맞게 쓰고, 표현에 오해가 없게 쓰겠다. 한 줄의 문장을 정성 들여 쓰는 것이 한 편의 글을 정성껏 쓰는 마음이다. 읽은 사람을 배려할 것이다. 아무리 귀찮더라도 독자의 충고를 달게 받고 고치는 일에 게으름 부리지 않겠다.


볼일로 길을 걷거나 머리를 식히기 위한 산책 때 떠오르는 짧은 상념도 좋다. 마음의 양식을 찾아 여행하거나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도 괜찮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까지 글로 남기고 싶다. 마음에 품은 생각과 느낌도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세월이 흐른 후 그때 그곳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작은 흔적이라도 만나고 싶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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