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공군 전투기 이착륙 소음이 일상이 된 대구 동구 K-2 군공항 인근 주민들의 숙원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대구 도심전투비행단 이전' 정책토론회는 단순한 일정 소화를 넘어, 기존 사업 방식의 파산을 선언하고 국가 주도 전환을 촉구하는 성토의 장이 됐다.
◆ "공사비 30% 올랐는데…" 멈춰 선 '기부 대 양여' 계산기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돈'이었다. 지자체가 신공항을 먼저 지어 국방부에 기부하고, 종전 부지를 개발해 비용을 회수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서상언 대구정책연구원 공공투자평가센터장은 주제발표에서 건설 원가 급등과 고금리 상황을 수치로 제시하며 사업 구조의 결함을 짚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건설 공사비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수년 전 책정된 약 10조 원 규모의 사업비로는 공항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장의 시각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지금 같은 공사비 추세라면 민간 건설사들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조달해 참여할 리 만무하다"며 "사실상 사업이 멈춰 설 위기"라고 진단했다.
◆ "소음 속 50년, 더는 못 기다려"… 현장 목소리 반영된 입법 요구
이날 행사장에는 대구 지역 주민들도 일부 참석해 토론을 경청했다. K-2 인근에서 30년째 거주 중인 60대 주민 이 모 씨는 "전투기가 뜰 때마다 대화가 끊기고 창문이 흔들리는 생활을 수십 년째 하고 있다"며 "사업 방식이 복잡해서 늦어진다는 말만 들었는데, 이제는 국가가 책임지고 끝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군공항 이전 특별법' 개정을 통한 사업 주체의 전환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업 시행자를 국방부 장관으로 격상하고, 지자체의 부족한 재원을 국가가 직접 보전하는 체계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대구뿐 아니라 이전 후보지 선정에 난항을 겪는 광주, 경기국제공항 추진과 맞물린 수원 등 전국 군공항 이전지의 공통된 '탈출구'로 거론됐다.
◆ 여야 지도부 집결… 광주·수원과 '공동 전선' 형성
정치권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현장을 찾아 힘을 보탰고, 야권에서도 수원 지역구의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대구와 광주, 수원이 '국가 재정 사업화'라는 단일 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를 재차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광주군공항 TF보다 대구군공항 TF 구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여야 협상이나 대통령 면담 시 이 문제가 국가 재정 사업으로 조속히 전환될 수 있도록 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대구시는 이번 토론회에서 확인된 입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방부 및 기획재정부와 협상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약 15조 원으로 추산되는 신공항 건설 비용 중 종전 부지 매각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차액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법안 처리가 향후 사업 속도를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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