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지역을 살리고, 지역이 대학을 키운다.’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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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0 10:52  |  발행일 2025-09-20
정은재 경북과학대학교 총장
경북과학대학교 정은재 총장

경북과학대학교 정은재 총장

지방대 위기론이 거세지만, 경북 칠곡의 한 대학은 지역과의 협력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23년 5월 취임한 정은재 경북과학대학교 총장은 "대학의 성장은 곧 지역의 성장"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2년여가 지난 지금, 그의 실험은 어떤 성과를 내고 있을까.


- 취임 직후 내세운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이라는 기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 성과가 있다면.


"여러 사업이 있지만 상징적으로 말씀드리면 '칠곡 꿀맥'입니다. 칠곡군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지역 특산품인 벌꿀로 만든 맥주인데, 단순히 상품 하나를 만든 게 아닙니다. 지역 자원을 대학의 연구력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동시에 청년층에게 지역을 각인시켰습니다. 로컬브랜드를 문화로 확장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 지방대 위기 상황에서 '꿀맥' 같은 시도가 가진 의미는.


"지역 대학은 지역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꿀맥은 벌꿀 소비 촉진과 농가 소득 증대 효과를 낼 수 있고, 축제·관광 산업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작은 시도지만 지역과 대학이 함께 만든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결국 대학의 연구실에서 나온 성과가 지역민의 삶과 연결돼야 대학이 존재 이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 최근 RISE사업에 선정된 것도 눈길을 끕니다.


"2025년 경북 RISE사업에서 4개 과제가 선정됐습니다. 지역 발효산업 혁신, 평생직업교육 체제 구축, 글로벌 요양·돌봄 인재 양성, 칠곡형 K-U시티 조성입니다. 발효산업은 지역 농산물 가공과 직결되고, 평생교육은 중장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요양·돌봄 인재는 고령사회에 꼭 필요한 분야죠. 지역의 현실과 직접 맞닿은 사업들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경북과학대학교 정은재 총장

경북과학대학교 정은재 총장

-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적극적인데, 이유는.


"지역은 돌봄 인력이 부족합니다. 반면 베트남 등 해외 청년들은 일자리와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두 가지를 연결했습니다. 단순히 유학생을 데려오는 게 아니라, 지역에 정착해 요양·돌봄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취업을 연계합니다. 외국 청년이 단순히 유학만 하고 떠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 취업률 성과도 있지만, '숫자 경쟁'이라는 지적도 있다.


"2022년 취업률이 79.8%로 대구·경북 전문대 1위를 기록했지만, 저희는 단순한 수치 경쟁에 매달리지 않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원하는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모의면접, 입사서류 클리닉, 자격증 취득 지원 같은 프로그램을 촘촘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성과는 결국 학생 개개인의 삶에서 확인돼야 한다고 봅니다."


- 학생뿐 아니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강화 방안은.


"대학은 더 이상 청년층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경북도민행복대학 칠곡군 캠퍼스를 운영하며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습니다. 관광레저, 사회복지, 유아교육, 화장품뷰티 등 지역 수요와 연결된 강좌를 개설했고, '북아트 지도자 과정'처럼 실무와 예술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배움은 학생만의 특권이 아니라 지역민 모두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이란.


"대학은 더 이상 울타리 안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꿀맥에서 시작된 시도가 지역 농업을 바꾸고, 해외 유학생이 지역 돌봄 인력이 되며, 평생학습이 군민의 삶을 바꾸는 과정을 통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대학이 지역을 살리고, 지역이 대학을 키운다'는 말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서 만들어 가야 할 길입니다."


경북과학대학교의 실험은 아직 진행형이다. 지역과 대학이 함께 살아가는 모델이 정착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정은재 총장이 꺼낸 '작은 시도'들이 지역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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