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는 날 대구 달서구 월암동의 한 도로 모습. 차선이 흐릿하게 보인다. 영남일보DB.

서울시에서 시범 설치한 발광형 노면표시. 이진욱 동구의원 제공.
대구 도심 곳곳에서 밤이나 비·눈이 오는 날 잘 보이지 않는 이른바 '스텔스 차선'이 적잖아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별도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2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스텔스 차선은 낮에는 어느정도 식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밤이나 악천후에는 차선이 희미해져 잘 보이지 않는다. 군사 기술 용어인 '스텔스'에서 빗대 붙여진 이름이다. 운전자 입장에서 차선은 방향을 안내하는 기본 신호지만, 가시성이 떨어질 경우 곧바로 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차선은 차량 헤드라이트 불빛을 반사하는 원리를 활용한다. 이를 '재귀반사도' 또는 '휘도'라 부른다. 경찰은 2012년부터 흰색 차선은 기존 130밀리칸델라(mcd)→240mcd로, 황색 차선은 최소 150mcd 이상을 유지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칸델라는 빛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1천mcd는 촛불 1개 밝기에 해당한다.
차선 관리 주체인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이 기준에 따라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차선은 보통 2~3년 정도 내구성을 갖지만 교통량이나 외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며 "반사 성능 측정 결과가 기준치 이하일 경우 보수 계획을 세워 재도색하거나, 심한 경우 완전히 제거 후 새로 시공한다"고 했다.
그러나 관리에도 불구하고 현장 불편은 여전한 상황이다. 대구 동구에서 주로 운행하는 한 택시기사는 "대구는 차선을 얇게 칠한 구간이 많아 야간에 잘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동구 일대에 스텔스 차선이 많아 도로에서 불편을 자주 겪는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기초의회 차원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이진욱 동구의원(국민의힘)은 "최근 3년간 동구에서 교통사고가 4천584건 발생해 35명이 숨지고 6천573명이 다쳤다"며 "이 중 야간이나 악천후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가 17.4%에 달했다. 분석 결과 가장 눈에 띈 문제는 '스텔스 차선'이다. 시야가 흐려진 상황에서 사고가 잦았다"고 꼬집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교통사고 1만222건 중 3분의 1에 달하는 3천543건이 야간에 발생했다. 통상 야간 심야 시간대 차량 통행이 주간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사망자는 38명, 부상자는 5천여명에 달했다. 비 오는 날 교통사고는 660여건이 보고됐다. 스텔스 차선이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확인된 건 아니지만, 밤과 악천후에 사고율이 높은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구의원은 "차선이 희미하면 운전자가 방향을 잃기 쉽고 사고 위험이 커진다"며 "서울, 부산, 울산 등에서 이미 △고성능 도료 △스마트 마모도 측정 시스템 △발광형 노면표시 등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대구도 '보이는 차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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