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도서관 르네상스’, 지역 소멸 시대의 새로운 해법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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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30 15:38  |  발행일 2025-09-30
개관 두달만에 16만명 돌파
벤치마킹 줄 잇는 달성 모델
말 아닌 성과로 증명된 정책
문화 정책의 전국적 본보기
단체장 추진력이 만든 성과
강승규 사회2팀장.

강승규 사회2팀장.

개관 두 달 만에 누적 방문객 14만 명을 기록한 도서관이 있다. 임시 개관 기간을 포함하면 총 16만 명에 달한다.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달성어린이숲도서관'의 이야기다. 최근 전남 담양군, 경북 성주군의회,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물론 일본 대학 관계자들까지 벤치마킹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지역의 작은 도서관이 전국적인 관심을 넘어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현상은 우리 사회 문화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시사한다.


단순히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영유아 발달 단계별 맞춤형 열람 공간과 ICT 기반 학습 지원, 가족 단위 문화 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 달성군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개관 이후 약 2만 8천권의 대출 실적을 기록하며 지역 내 독서 수요를 증명했다. 이는 도서관이 단순한 '책 창고'를 넘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쌓는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달성의 사례가 각별한 이유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지역 스스로 자생적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 있다. 공공도서관 건립 자체는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공간을 채우는 철학은 저마다 다르다. 달성군은 기존의 경직된 도서관 틀을 깨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는 군정 철학을 실제 현장에 투영했다. 이는 중앙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행정 서비스가 주민들의 실질적인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세계적으로도 공공도서관은 공동체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도서관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의 '오디(Oodi) 도서관'은 시민들의 생활 광장이 되었고, 미국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지역 재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달성어린이숲도서관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지역 현실에 맞게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정책적 가치가 크다.


물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숙제도 남아 있다. 폭발적인 초기 수요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충과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프로그램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세대를 아우르는 독서 문화로 안착하려면 운영 노하우의 축적과 꾸준한 투자가 동반되어야 한다.


결국 도서관이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되려면 지역 사회와의 연결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학교 교육과의 연계는 물론, 주민 스스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참여하는 구조가 확립될 때 도서관은 관 주도의 행정 사업에서 벗어나 비로소 주민 자치의 실험장이 된다. 달성군이 제시한 모델이 전국적인 대안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운영'이라는 키워드를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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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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