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권병희 대구고용노동청장, “노동행정의 중심은 현장에 있다”

  • 구경모(대구)
  • |
  • 입력 2025-10-21 19:14  |  발행일 2025-10-21
17일 오전 권병희 대구고용노동청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7일 오전 권병희 대구고용노동청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7일 오전 권병희 대구고용노동청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7일 오전 권병희 대구고용노동청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정부는 올해를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축의 원년'으로 삼고 전국적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직접 산재 문제를 언급하며 "더 이상 산업현장의 죽음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사망자 수)을 2030년까지 OECD 사망율 기준인 0.29%(지난해 0.39%)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대구경북의 노동 정책 방향성도 뚜렸하다. 바로 '산재 사망자 줄이기'다. 올해 1~8월 대구경북지역 산재 사망자는 모두 55명. 전년 같은 기간(30명)보다 83% 급증했다. 제조업, 건설업이 산업 구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하도급·소규모 사업장이 밀집된 지역인 탓에 현장 안전관리가 취약한 게 영향을 미쳤다. 권병희 대구고용노동청장은 "노동현장에서 계속 경고음을 보내는 상태"라며 "임금체불과 산재 사망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중심의 노동행정으로 지역 일터의 안전 체계를 새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임금체불 해소와 산업재해 사망사고 예방이 가장 시급하다. 올해 상반기 대구경북지역 임금체불액은 약 840억원, 피해 노동자는 1만2천명이 넘는다. 산재 사망자는 올해 8월말 현재 2배가량 늘었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그 뒤엔 생계와 생명이 걸려 있다. 체불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법 집행과 임금 체불 사전예방 시스템을 강화해 반복 체불 사태를 적극 막겠다."


▶노동청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 방향에 설명해 준다면.


"대구노동청은 세 가지 축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 임금체불 감축. 둘째, 산업재해 예방. 셋째, 노동 3권 보장이다. 사내하도급·간접고용·특수고용직 등 고용 형태가 날로 다양해지는 만큼, 전통적 고용관계 밖 노동자들의 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안착시키기 위해 고용형태별 감독과 제재를 강화하고, 특수고용직에 대한 실태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근로감독 행정의 중심을 '사후 제재'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기고 있다. 노동청·산업안전공단·사업주·노조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안전협의체'를 구성해 현장 중심의 대응체계를 만들고 있다."


▶대구경북에 산재 사망사고가 여전히 많다. 원인과 대책이 있나.


"올해 8월말 기준으로 대구경북 산재 사망자(55명)의 절반 이상이 추락·끼임·압착 등 기초 안전수칙만 지켜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특히 중소 건설현장과 제조 하도급업체에선 안전모 미착용, 추락방지시설 미설치 등 기본적인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나 경우가 많다. 대구노동청은 이를 막기 위해 2천500개 고위험 사업장에 전담 감독관을 배치해 불시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산재 사망사고 100일 특별대책'도 가동할 계획이다. 사고다발 업종엔 행정명령과 함께 원도급사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겠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함께 참여하는 '자율안전진단제'를 운영해 산업현장의 안전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 정부의 산재 감축 기조에 따른 지역 대응은.


"정부가 산재 사망사고를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대구노동청의 역할도 막중하다. 현재 대구경북에서 반복사고가 잦은 업종을 중심으로 전수점검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 사업장엔 원도급, 하도급을 가리지 않고 감독을 진행한다. 경영책임자 면담과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도 직접 점검한다. 각 사업장은 '안전보건 확보계획서'를 의무 제출해야 하고, 실효성을 주기적으로 검증받는다. 단속보다는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산재 문제를 언급하고 장관이 '직을 걸겠다'고 한 것도 결국 현장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나부터 현장을 돌며 감독관들과 함께 대응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 혼선은 없는지 궁금하다.


"법 시행 초기부터 수사 전담부서를 신설해 엄정 대응해 왔다. 최근엔 대형 사업장뿐 아니라 중소·하도급 현장까지 수사망을 확대했다. 다만, 이 법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 법 위반에 대해선 예외 없이 책임을 묻되, 예방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산재에 취약한 영세 사업장과 하도급업체를 위한 지원책은.


"산재 사망사고의 70% 이상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서다. 대구노동청은 '산재 사망 100일 특별대책'을 시행해 집중 점검 중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과 협력해 기술·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원도급사가 하도급사와 안전관리 경험을 공유하도록 '안전 파트너십 프로그램'도 도입해 상생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소규모 현장에 맞는 안전교육과 예산지원이 병행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청년층 이탈과 고령화 문제에 대한 노동당국의 지원책은.


"청년 유출은 지역 노동력 상실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다. 대구경북지역 청년 고용률은 각각 40.7%, 41.7%로 전국 평균보다 낮다. 노동청은 지역 대학 20곳과 협력해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를 운영하고, 구직단념 청년을 위한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확대했다.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엔 최대 720만 원의 장려금을, 구직청년에겐 최대 48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고령 근로자에 대해선 재취업·안전교육을 병행해 노동시장 이탈을 줄이려고 노력중이다."


▶외국인 노동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관리감독은.


"대구경북엔 현재 약 3만7천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농어촌과 제조업, 건설·서비스업 등 지역 산업 전반에서 필수 인력들이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에선 여전히 숙소 미비, 임금 차별, 장시간 노동 등 인권침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언어 장벽 탓에 제도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구노동청은 매주 수요일을 '노동인권 상담의 날'로 지정해 통역 지원과 공인노무사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근로자에 대해선 숙소·식사·위생 환경을 직접 점검한다. 특히 불법체류자나 브로커를 통한 취업 형태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막기 위해 관계기관과 합동단속을 하고 있다. 부처별로 나뉜 외국인 관리체계도 문제다. 노동청은 법무부·지자체와 협의해 외국인 노동자 데이터베이스(DB)를 공유하고, 체류·고용·산재 예방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 중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차별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게 곧 지역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노동행정의 궁극적 목표는.


"노동행정의 중심은 '정치'가 아니라 '현장'이다. 제도는 고칠 수 있지만 현장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된다. 그래서다. 대구노동청장으로 부임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현장 방문이었다. 감독관과 함께 사업장을 일일이 돌며 '이 사고는 왜 막지 못했는가'를 묻는다. 처벌보다 예방, 대립보다 상생을 원칙으로 지역 노동행정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겠다. 대구경북이 '산재 많은 지역'이라는 오명을 벗고, 안전과 존중이 일상이 되는 도시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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