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심 변호사가 바라본 세상] 젊은 미술, 열린 페어를 꿈꾸며

  • 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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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1 06:00  |  발행일 2025-11-09
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Kiaf에 다녀왔다. 키아프(Kiaf·Korea International Art Fair)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아트페어로, 2002년부터 매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데 2022년부터는 세계 2대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와 함께하고 있다. 프리즈 런던, 프리즈 뉴욕 등에 이어 2022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진출해 Kiaf와 동시에 진행되어 키아프리즈라고도 한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작가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보니 Kiaf는 현재 한국 미술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이에 유료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특히 올해는 정말 '축제'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렸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구매력을 보유한 40~50대 컬렉터 외에 20대 젊은 남녀들이 그렇게 많이 Kiaf를 찾았다고 한다.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기보다 미술관, 전시장에서 좋은 작품을 보면서 차를 마시는 게 유행될 만큼 서울 미술시장은 생활 속에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소개된 세계 유명 작가의 작품을 보려고 오는데, 이번에는 마크 브래드포드의 신작 'Okay, Then I Apologize'(2025)가 450만 달러(약 62억6천만원)에 판매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목을 끌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을 보기 위해 Kiaf를 찾은 것 같다.


열흘 전에 대구에서는 Diaf가 열렸다. 나는 새로운 작품을 볼 기대를 안고 엑스코로 향했다. 그런데 전시장은 한산했고, Kiaf에서 인상 깊었던 20대 젊은 사람들의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대구에서는 아직도 미술이 '생활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영역'으로, 작품 가격이 비싸서라기보다는 미술을 사는 행위, 작품을 소장하는 행위에 대한 심리적 거리와 부담이 큰 것 같다. 문화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경험 자체가 적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Diaf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았고, 특히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가 중에는 대구지역 출신이 많다. 그 명맥을 이어 많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는데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젊은 작가들의 육성이 필요하다. 작품 구매 목적을 당장의 투자 가치에만 둔다면 신진작가는 쉽게 외면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명작가들에게도 신인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대구지역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몇일 전에 있었던 '박동준 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박동준 상' 시상식은 참 의미깊은 자리였다. 평생 후배 디자이너와 작가들의 양성을 도왔던 패션디자이너 고(故) 박동준 선생의 뜻을 기려 매년 미술, 패션 부문에서 훌륭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를 발굴하여 시상하고 있는데, 올해로 6회에 이르고 있다. 올해 미술 부문 수상자로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슬기 작가가 선정되었는데, 대구 정화여중 출신이라고 한다. 현대미술에 각 나라의 전통방식을 접목한 작품이 신선하고 독특해서 이미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대구 출신이라 더 자랑스러웠다.


이렇듯 우리 지역 젊은이들의 창작 활동들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 많은 갤러리가 젊은 작가들의 발굴에 관심을 가지기를 희망하며, 2026 Diaf에서는 젊은 작가, 젊은 관람객으로 가득 차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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