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榧子)나무의 이름은 한자 아닐 비자(非)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작은 가지를 가운데 두고 날카로운 침엽이 양쪽으로 난 것이 비자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모양만 보고 하는 이야기이며 그보다는 한자어 비자목(榧子木)에서 유래했다고 봐야 한다는 설이 더 힘을 얻는다. 비자나무 비(榧)는 목재의 문양이 아름답고 광채가 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자나무는 쓰임새가 많다. 옛날에는 열매를 구충제로 썼으며 태워서 연기를 내 모기의 접근을 막았다. 무엇보다 목재로써의 가치가 높다. 황금색에다 결이 아름다우며 가공하기도 쉽고,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다. 목재 중에서 최고급 목재로 꼽혔다. 이렇다 보니 수요가 늘고 조정을 비롯하여 힘 있는 자들은 욕심을 채우느라 백성들을 부려 마구 벌채하고, 백성들은 노역의 근원인 이 나무가 자라기 전에 없애버려 자생지가 크게 축소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본비자나무 바둑판을 선물했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먹먹했었다. 본비자나무라는 수종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공 교수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처음 듣는단다. 내친김에 바둑판을 만든 곳에 문의했다. 비자나무에 '본'자를 붙인 것은 그저 오리지널 비자나무라는 의미란다.
비자나무 바둑판을 최고급으로 치는 것은 색과 결이 아름답고 향이 나는 데다 뛰어난 복원력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지와 중지로 바둑알을 잡고 힘 있게 착수(着手)하면 판에 홈이 생기는데, 비자나무 판에서는 이 흠이 쉽게 없어진다. 한·중 관계가 비자나무 바둑판처럼 흠결 없이 이어지길 바란다. 이하수기자 · 나무의사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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