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그곳 시민 170만명은 100개 이상의 온천으로 온천문화를 꽃피워 왔다. 따뜻한 물에 보글보글 녹아내리는 스트레스. 고대 로마인들이 이 물을 즐겼고 16~17세기 오토만제국이 세운 온천장은 아직도 성업 중이다. 호화로운 온천장 건물엔 이 나라 역사가 녹아 있다. 온천수에는 칼슘, 중탄산염,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이 녹아 있어 관절염, 근육통, 디스크, 신경통, 심지어 숙취에까지 효험이 있다고 한다. 물을 약수로도 마신다.
작년에 이 도시에 관광객 600만명이 몰려 왔고 그 반수는 온천을 하고 가니 그 관광수입이 국가경제에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겔레르트 온천장은 1차 세계대전 중에 준공한 아르누보식 건물이고 딸린 호텔은 다뉴브강의 멋진 경치를 품고 있다. 최근에 부다페스트온천공사는 입장료를 올렸는데 야외 온천으로 유명한 세체니 온천장은 주말에 42달러까지 받는다.
최근 이 황금알거위가 비틀거린다. 시설이 노후하여 고장이 잦았다. 가장 사람이 많이 찾는 겔레르트 온천장은 리모델링하기 위해 지난 10월에 문을 닫아 2029년에 재개장하겠다고 한다. 다른 역사적인 온천장 2개소도 장기휴업을 공고하니 온천생태계가 무너져버렸다. 여성전용 온천도 적어지자 여성들이 아우성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부다페스트 시장과 헝가리 총리가 당이 달라 삐걱거리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부다페스트 시 예산에서 국가균형발전기금으로 상당한 돈을 빼내 가는데 그것이 시 전체 예산의 20%에 이른다고 한다. 또 중앙정부는 은행융자도 터주지 않아 설상 가상이다. '다뉴브강의 진주'가 바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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