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교의 경영으로 읽는 세상 이야기] 재수는 남는 장사? 밑지는 장사?

  •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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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10 06:00  |  발행일 2025-12-09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수능 결과가 나오는 이맘때면 많은 가정에서 어김없이 '재수' 고민이 시작된다. 최근 재수가 흔해져 아무리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지만, 재수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왜냐하면, 재수는 고 기대수익과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재수는 남는 장사일까? 아니면 밑지는 장사일까? 재수에 드는 비용과 스트레스는 적지 않다. 학원비·교재비·생활비 등 1년 재수에 드는 비용이 대학 4년 등록금보다 많고, 오죽하면 '아이의 재수는 부모에게 징역 10개월에 벌금 4천만 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많은 가정이 재수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대학 진학이 가져올 장기적 이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즉, 재수가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는 대학 간 학벌 차이가 임금 격차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한 연구(2023)에 따르면 40~44세 대학 졸업자 중 최상위권 대학 출신은 최하위권 출신보다 평균 임금이 50.5% 높았다.


통계적으로 N수생의 학업 성취도가 높게 나타나는 점도 재수 선택을 뒷받침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4학년도 수능 분석에 따르면 상위 등급 비중에서 N수생이 현역보다 높았고, 주요 대학 정시 합격자 중 재수생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충분한 학습 기간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수는 늘 성공하는 것이 아니며, 실패하는 밑지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재수의 기회비용 즉,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며 감수해야 할 경제적·정서적 부담 등이 만만치 않다. 그런 점에서 재수는 높은 기대수익과 높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선택이다.


명문대 진학이 분명 인생의 여러 측면에서 유리한 출발점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인 결승선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길을 선택하든 그 길을 스스로 의미 있게 만들어갈 역량이다. 그 역량은 재수를 통해서든, 당장 대학에 진학해서든 기를 수 있다.


재수 여부는 남의 사례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 가정의 경제적·정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또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원하는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감정이 아닌 현실, 기대가 아닌 역량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모든 가정이 고위험·고수익의 재수라는 선택에서 성공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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