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전통시장에서 ‘국제시장’으로…외국 점포 즐비한 와룡시장 가보니

  •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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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10 18:40  |  수정 2025-12-10 20:26  |  발행일 2025-12-10
외국 점포 25곳·주말이면 손님 80% 외국인
코코넛부터 동남아 향신료까지 전통시장서 판매
10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 시장 대로에서 외국인들과 내국인들이 뒤섞여 장을 보고 있다. 구경모 기자

10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 시장 대로에서 외국인들과 내국인들이 뒤섞여 장을 보고 있다. 구경모 기자

10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 시장 좌판에 코코넛을 비롯한 열대 과일들과 채소들이 진열돼 있다. 구경모기자

10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 시장 좌판에 코코넛을 비롯한 열대 과일들과 채소들이 진열돼 있다. 구경모기자

"여기 오면 마치 제 고향 베트남에서 장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필요한 재료가 다 있어요."


10일 오전 11시쯤 찾은 달서구 와룡시장. 시장 들머리에 들어서자 여느 전통시장에서 흔히 들리는 흥정 소리보다 낯선 외국어가 먼저 들려왔다. 시장 양쪽으로 베트남 식자재점, 외국 생필품 가게 등이 즐비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손님들이 향신료와 채소를 고르며, 번역기 화면을 한국인 상인에게 일일이 보여주기 바빴다.


시장 안으로 이동하자, 외국인 직영 점포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영업 중인 외국인 점포는 총 25곳. 외국인 손님들이 장바구를 들거나 수레를 끈 채 식재료를 고르고 있었다. 와룡시장 내 한국인 상인들은 이 같은 풍경을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15년째 해산물 가게를 운영 중인 한국인 상인 A씨는 "외국인이 부쩍 늘기 시작한 건 10여년 전이다. 특히 베트남·태국 손님이 많아져 해산물 판매량이 늘었다"며 "주말엔 무려 손님의 80%가 외국인이다. 시장 안에 외국 점포가 자리 잡은 뒤로는 달성군 현풍이나 경북 경산, 칠곡,구미 등지에서도 장을 보러 여기까지 온다"고 말했다.


5년째 인삼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B씨도 외국인 증가세를 체감하고 있단다. 그는 "외국인들이 귀국할 때 인삼을 선물로 많이 사 가서 손님 90%가 외국인이다"며 "인근에 외국인 거주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점포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건 5년 조금 넘은 시점부터"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점포가 들어서면서 외국인들 대상으로 한 식자재 가게부터 휴대폰 대리점까지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외국인·한국인 손님이 뒤섞여 시장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응웬 티 호아이(32)씨는 시장 점포 곳곳 진열대를 깨알같이 살피며 필요한 식재료를 하나씩 골랐다. 응웬티씨는 "이곳에 오면 베트남 음식을 쉽게 차릴 수 있어서 자주 온다"며 "라임·고수·라이스페이퍼 같은 재료는 동네 마트에는 없는데, 여기에는 종류별로 다 있어 장보기 부담이 훨씬 덜하다"며 흡족해 했다.


상인회는 이 같은 변화를 와룡시장만의 특색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선주 와룡시장 상인회장은 "외국인 거주 비율이 많은지역인만큼 상인들도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며 이주민들과 살갑게 지내며 잘 섞이려고 노력한다"며 "이제는 우리시장이 어엿한 '국제시장'이 됐다"고 했다.


달서구청도 내국인과 외국인이 어우러진 다문화특화시장인 와룡시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구청 측은 "외국인 주민 증가세가 뚜렷해지면서 시장 환경과 상권 구성도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 2021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시작으로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지역 주민과 외국인이 함께 이용하는 생활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에 확인결과, 지난 7월말 기준 대구지역 체류 외국인 3만7천739명 중 1만2천911명(34%)이 달서구에 거주하고 있다. 달서구지역 내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은 2.4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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