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스포츠를 단순히 경기력과 성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오늘날 스포츠는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기반 시설이자 지역 사회망을 잇는 연결망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장과 체육시설은 운동을 위한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이 모이고 교류하는 생활 거점으로 기능하며, 지역의 시간과 일상을 조직하는 생활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진흥, 스포츠산업 육성, 스포츠 관광 전략을 앞다투어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가 열리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의 이동은 곧 지역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진다. 대구마라톤대회, 전국 단위 종목별 경기, 프로축구 홈경기 등이 지역 상권 회복에 기여해왔다는 사실은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경기 당일 인근 상점과 음식점 매출은 평소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원정 응원객은 지역에 머물며 숙박·관광 소비를 발생시킨다. 스포츠가 도시재생의 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특히 프로 구단을 보유한 중소도시의 경우, 단 한 번의 홈경기만으로도 숙박업,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즉각적인 경제 효과가 나타난다. 마라톤, 축구, 야구, 철인3종 경기와 같은 대규모 체육대회는 외부 방문객을 대거 유입하며 지역 관광 수요를 창출한다. 지역경제의 구조를 다변화하고 지역산업을 확장시키는 데 스포츠가 실질적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담당자들은 스포츠를 더 이상 주변적 산업이 아닌 자생적 생태계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는 또한 지역 인재 발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종목별 클럽, 학교 스포츠 클럽, 지역체육회 등이 조성한 성장 경로는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지역 스포츠 생태계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과 전문 지도자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지역에서 성장한 선수가 전국체전과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거두면 그 의미는 단순한 개인의 성취를 넘어선다. 지역 주민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후배 세대의 도전을 이끌며, 지역 스포츠 정책의 당위성과 지속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스포츠는 결국 지역의 상징 자산을 형성하는 근원적 힘을 갖는다.
스포츠가 지닌 문화적 기능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운동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소통은 주민 간 관계망을 넓히고 세대 간 단절을 완화한다. 청소년에게는 건전한 여가와 자기 성장의 장이 되고, 고령층에게는 건강 유지와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지역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완화하는 데 스포츠가 공공재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지역 스포츠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일수록 참여자를 확보하기 어렵고, 재정이 취약한 지방은 노후한 체육시설을 개선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일수록 스포츠의 역할은 오히려 더 절실하다. 함께 운동하고 응원하며 축제를 즐기는 경험은 지역 공동체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결속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국 스포츠는 기록을 남기지만, 지역 스포츠는 지역 사회망을 남긴다. 작은 동호회의 활동이 국가대표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 한 명의 방문이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지역의 에너지를 일깨우는 힘, 지역을 다시 세우는 힘은 거창한 정책이나 화려한 청사진이 아니라 바로 이 땀과 응원이 모이는 스포츠 현장에 있다.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고, 지역이 있으며, 둘을 단단히 잇는 스포츠의 기반이 있다.
이제 스포츠와 지역이 함께 숨 쉬는 지역사회의 미래를 향해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걸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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