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 우리 이웃] 대구 이야기 할머니, 아이들의 햇살이 되다

  • 천윤자시민기자
  • |
  • 입력 2025-12-23 22:04  |  발행일 2025-12-23
아이들이 부르는 이야기 할머니, 윤숙영
옷 선택도 아이들 생각, 기쁨에 가득찬 하루
책 없이 외워 들려주는 이야기, 마음의 온기 전달
대구 동구 예쁜 어린이집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윤숙영 이야기 할머니.

대구 동구 예쁜 어린이집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윤숙영 이야기 할머니.

"아이들이 '할머니'하고 외치며 몰려와 안길 때는 하루가 환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윤숙영(65·대구 동구 신서동)씨는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인기 있는 이야기 할머니다. 아이들도 기다리지만 윤씨 자신도 아이들을 만나는 날이면 아침부터 설렌다. 고운 색깔의 옷을 고르고 거울 앞에서 예쁜 표정도 지어 보며 즐겁게 준비한다. 이야기 할머니가 되고부터는 옷을 고르고 구입할 때도 아이들을 먼저 생각한다.


평소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고, 지인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을 한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야기 할머니들이 출연한 TV 프로그램을 보던 남편으로부터 '당신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동화를 외우고, 열심히 준비했다.


처음 아이들 앞에 섰을 때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며 관심을 보이면 너무 예뻐서 더욱 잘해보고 싶었다.


"할머니, 매일매일 오시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이야기 또 듣고 싶어요"라며 살며시 안겨 오는 아이, 콩알 하나를 손에 쥐여 주고 가는 아이, 자기가 그린 그림을 선물로 주는 아이,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책을 보며 읽어 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 외워서 이야기로 들려준다. 처음에는 1주일에 한 편씩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냉장고 문이나 싱크대 앞, 거실 벽, 침실 머리맡과 서재 등 집안 곳곳에 그 주일에 들려줄 이야기를 적어 붙여두고 집안일 할 때도, 자다가 눈을 뜰 때도 읽고 또 읽었다. 올해 3년 차인 윤씨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1주일에 세 번 아이들과 만난다. 20분간의 길지 않은 이야기 시간에도 아이들은 할머니의 목소리에 빠져들고, 윤씨는 그 안에서 활력을 얻는다. 이야기 중간중간 아이 개개인의 표정을 살피고 반응에 맞춰 말의 속도와 억양을 조절한다.


윤씨는 "스마트폰 시대지만 사람이 직접 들려주는 말 한마디에 아이들이 집중하는 걸 보니 신기하다. 이야기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 내 이야기가 작은 온기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좋아 시작했지만, 나 자신도 이렇게 신나게 할 수 있을지 몰랐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외우고 자료도 찾아보고 하는 동안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천윤자 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