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변호사
분양받은 상가 내부에 기둥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면 기둥이 있는 부분의 면적을 사용할 수 없고, 공간 활용 및 동선 확보에 있어 상당한 제약이 발생하는데, 이런 상가를 분양받은 경우 분양계약을 취소하거나, 가치하락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해 최근 필자가 수행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파트 건설회사인 A가 지역에 건설한 아파트 상가 1층 2개 호실을 B에게 분양했는데, B는 잔금까지 지급하고 소유권이전을 한 후 편의점 용도로 사용하고자 했으나 1개 호실 내부 한 가운데 대형기둥이 1개 있고, 두 개 호실 사이 벽에도 기둥이 존재한다며 A를 상대로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건설사인 A가 분양계약 체결 과정에서 기둥에 관한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A의 손을 들어 주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자.(대구지법 2025. 11. 20. 선고 2024가합207361 판결)
법원은 먼저 "A가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각 호실별로 건축평면도상에 기둥의 존재와 위치를 표시한 확인서를 B에게 제시하고 위 확인서에 각 B의 서명과 날인을 받았는데, 위 확인서에 첨부된 건축평면도에는 각 호실 내부에 '□'모양으로 기둥이 표시되어 있으며, 이는 실제 각 호실 내부에 존재하는 기둥의 위치, 형상, 면적 비율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B가 분양계약을 체결할 무렵 A로부터 제공받아 소지하고 있던 상가 브로슈어에도 각 호실 내부에 '■'모양으로 기둥이 표시된 배치도가 존재하며, 위 확인서보다 명확하게 각 호실 내 기둥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B는 상가 공사현장과 바로 마주한 위치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했으므로, 용이하게 상가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B가 분양사무소에 방문해 분양상담을 받았는데, 분양사무소 한쪽 벽면에 상가 내부의 기둥을 '■' 모양으로 표시한 대형배치도가 부착되어 있어 기둥의 위치와 크기를 보다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분양대행사 직원의 증언에서 상담과정에서 B에게 이 사건 상가 브로슈어, 분양사무소 벽면의 대형배치도, 분양사무소에 비치해둔 확대 평면도 등을 제시해 기둥의 존재 및 위치, 크기 등을 설명했다고 증언한 점, A가 상가의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각 호실 기둥의 존재를 가격책정요소 중 하나로 보아 기둥의 존재여부에 따라 분양가격에 차등을 두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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