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창업의 낭만은 폐기해야 한다

  •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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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07 06:00  |  발행일 2026-01-07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창업을 고민한다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최근 컨설팅을 받았는데 멘토가 돈 이야기만 해서 서운했단다. 자신이 추구하는 비전과 철학을 알아줬으면 했는데, 수익 모델이나 손익분기점, 현금 흐름과 같은 얘기들만 늘어놓더라는 것이다. 전화기 너머로 친구의 목소리에 실망이 묻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옛 추억이 떠올랐다.


필자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며 창업의 문을 두드렸을 때의 일이다. 당시 필자는 확신에 가득차 있었다. 이 서비스는 분명 세상에 필요한 것이었고, 이것이 성공하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누군가 목표 수치 등을 물으면 불쾌해했다. 내가 도모하는 건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원대한 무엇인데, 왜 자꾸 돈 이야기를 꺼내나 싶었다.


당시의 필자도 초보 창업자가 빠지기 쉬운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착각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과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첫 번째 착각은 '돈보다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틀린 명제는 아니다. 다만 순서가 전도되어 있다. 가치를 실현하려면 먼저 생존해야 한다. 기업의 제1 목표는 존속이고, 존속은 곧 자본이다. 자본이 있어야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있고, 사무실 임대료를 낸다. 아무리 고결한 비전도 그것을 실행할 역량이 없으면 공염불이다. 이상은 높되, 두 발은 현실에 딛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착각은 '내 아이디어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창업자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 그 아이디어가 특별하다고 믿는다. 필자도 그랬다. 밤새 구상한 사업 모델을 노트에 적으며, 이건 정말 세상에 없던 것이라 확신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내가 발견한 것인양 흥분에 잠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미 세상 어딘가에선 수천 명이 동일한 구상을 했을 것이다. 아이디어는 출발점일 뿐, 그 자체로는 무가치하다.


핵심은 실행이다.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하지 않는가.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의 밀도다. 그 실행에는 역시 인력이 필요하고, 자본이 필요하고, 그 모든 것을 엮어줄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거기에 운과 적절한 타이밍까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 아이디어에만 집착하는 순간 유연성을 잃기 쉽다. 살아남는 것이 선결 과제인데, 처음의 구상에만 얽매여 전환의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결국 두 착각의 뿌리는 동일하다. 내가 품은 포부, 가치. 그것이 세상에서도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으리라는 신념. 잔인하지만 세상은 그런 나의 비전에 별 관심이 없다. 세상은 내가 무엇을 산출하는지,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효용을 제공하는지만 주목한다.


필자는 친구에게 말했다. '그 멘토, 좋은 사람이야'. 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생각했다. 예전의 필자처럼 지금은 납득이 잘 안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깨닫게 될 것이라고. 창업의 낭만은 폐기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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