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새로워져야 한다. 정부와 기업도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도전한다. 학생들과 취업 준비생들도 진학과 취업을 위해 각오를 새롭게 한다. '대학(大學)'에서도 날마다 변화를 위한 자기 혁신을 강조한다. '일신 일일신 우일신'(日新 日日新 又日新). '주역(周易)'의 근본 원리도 변화하는 세상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양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전한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금주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전자제품전시회(CES)의 주제도 늘 '혁신'이다. 기술도 사람도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진보한다.
TK(대구·경북)는 그동안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의 중심 세력이었다. 해방 이후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을 필두로 해서 건국과 산업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말 그대로 국가 건설과 발전을 이룬 '보수의 본산'이다. 단순한 지역 유권자가 아니었다. 정치·산업·문화·안보 측면에서 주축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TK의 자부심과 자긍심의 원천이다.
하지만 오늘의 TK의 현실은 그 무게에 걸맞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윤석열 전대통령의 탄핵과 국정 실패를 겪으면서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K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탄생한 정권의 실패는 TK의 실패와 직결되어 있다.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든 무능과 무기력은 비판받아야 한다. 큰 권력을 잡고서도 스스로 무너졌다. 그 무능함에 대한 인식은 고사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과 성찰도 부족하다. 이래서는 대한민국 재도약의 주체 세력으로 거듭날 수 없다. 집권도 불가능하다. 좌파 세력 비판과 실수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유능한 정통 보수, 상식과 합리에 기초한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안이 될 수 있다. 작금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와 지방 소멸, 경제 침체와 실업,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 남북 대결 구도, 국제관계의 정립 등 시대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덧붙여 보수 정통 역사관과 철학·가치관 재정립은 필수적이다. 오늘까지는 괜찮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푸념만 하지 말고 대한민국 500년 역사의 빅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보수 정권이 그동안 한 게 뭐 있느냐, TK의 25명 국회의원이 뭘 했느냐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구의 지역내총생산이 30년째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자와 철강과 섬유의 전통 산업은 쇠퇴하고,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은 지지부진하고, 공항 이전과 건설도 지연되고 있다. 대구는 4대 도시로 전락하고 도시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이제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야 한다. 변화에 낙후된 후퇴의 상징을 넘어서야 한다. 시대에 뒤진 '꼴통'의 이미지를 훌훌 털어야 한다. 나만 살면 된다는 소아적 이기주의, 우리끼리의 폐쇄적 지역주의, 갈등과 대결의 진영주의를 넘어서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 내가 아닌 우리 중심의 공동체주의, 이념과 진영을 넘어선 애국주의, 세계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국제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TK가 다시 대한민국의 주도 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 불확실성과 변화의 시기이다. 진정한 보수는 변화에 발맞춰 진보한다. 대한민국 발전, 정치의 혁신을 위한 시민들의 인식의 대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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