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제 발 저린 도둑의 발칙함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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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08 15:33  |  발행일 2026-01-08

비명소리에 방에서 뛰쳐나와 보니 30대 남자가 내 집에 들어와 있다. 외마디 비명을 질렀던 엄마는 남성에게 목이 졸려 의식이 없는데, 그 상태를 확인할 겨를조차 없다. 그저 본능적으로, 죽기살기로 맞서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다행히 남자를 붙잡는 데 성공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두 달 전 배우 나나에게 일어난 일을 나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연예인에게 벌어진 강도 사건이라는 점에서 당시에도 주목받았지만 최근 다시 알려졌다. 강도가 나나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다. 특수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된 그는 억울하다며 편지도 썼다.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가 얼마나 다쳤는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구구절절하게도 적어놨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까. 남의 집에 사다리까지 타고 올라가 들어가지만 않았다면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 더구나 흉기까지 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은 커졌다.


하지만 강도는 자신이 입은 상해를 내세우며 나나의 대응이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잉방위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남의 것을 탐하여 훔치러 들어가 놓고선 죽을 뻔했다고 호소하며 집주인을 고소한 희한한 상황. 나나 입장에서는 '뭐 뀐 놈이 성낸다'고 황당하다 못해 억울할 것 같다. 이쯤 되니 도둑도 정당방위 여부를 따져볼 수 있게끔 여지를 주는 우리나라 법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강도의 역고소 소식을 접한 이들은 "나라도 나나처럼 그랬겠다",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번 일로 나나가 특공무술 4단 보유자였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나나가 유단자였기에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지 않았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만약 나나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까. 전문가들은 강도의 요구에 어느 정도는 응해주면서 경찰에 신고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작정하고 남의 집에 흉기를 품고 들어온 이를 상대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고, 무턱대고 맞섰다간 목숨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나에 제압당해 목적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마침 유명인이라 잘 됐다 싶어 한몫 두둑히 챙겨보려는 심보였는지, 또는 제압당하다 다친 것을 내세워 불가피한 중형을 조금이라도 피해보겠다는 심보로 역고소를 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더 잃을 것도 없어서였는지. 뭐가 됐든 그의 속내는 알고 싶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반성은커녕 피해자를 한순간에 가해자로 만들어버리려는 기막힌 발상 자체만으로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스스로의 생명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맞설 수밖에 없었던 사람을 가해자처럼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는, 불합리하고 억울한 상황이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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