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 한동대 부총장
새해가 왔다. 연말연시의 흥분이 가라앉은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사람과 교육을 생각한다. 각 분야에서 'K'의 환호가 각광받는 동안 우리 교육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우리는 세계가 놀란 성취를 쌓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잃는 방식'으로 달려왔다. 성취의 기준은 눈에 보이는 결과로만 수렴했고, '어린 왕자'의 말처럼 정작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숫자로 증명되는 성과가 아무리 빛나도 그 안의 사람이 망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교육의 성공이 아니라 소모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꿈을 꾼다. 성취의 수식어가 아니라 존재의 이름으로 불리는 'K-교육'을. 교육(educere)은 본래 '채워 넣는 일'이 아니라 '이끌어내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해왔다. 쏟아붓고, 끼워 맞추고, 밀어붙였다. 그 결과는 피어나는 소생이 아니라 시들어가는 소진이었다. 이 악순환을 끊고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참 배움의 뼈대를 세우려면 K-교육은 존재·호혜·자족 세 가치 위에 새롭게 서야 한다.
첫 번째 가치는 존재(存在)다. 오래 전 외국의 한 학교 면담실에서 잊지 못할 장면을 보았다. 교사와 학부모의 첫 질문은 "수학 점수가 몇 점인가요?"가 아니었다. "이 아이가 유독 행복한 순간이 있나요?" 아이를 '조립할 기계'가 아니라 '무한히 자라날 존재'로 볼 때 가능한 질문이다. 이는 청년에게도, 은퇴를 앞둔 중장년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라고 물어줄 때 참 배움이 시작된다.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고 세우도록 돕는 환경이 우리 인생 전반에 필요하다.
다음은 호혜(互惠)다. 우리는 '나만 이기는 법'을 가르쳐 왔다. 그러나 오늘날은 혼자만 잘해서는 버틸 수 없다. 모둠원 전원이 이해해야 점수를 주는 수업에서 교실은 경쟁의 장에서 협력의 장으로 바뀐다. 잘하는 학생은 설명하며 깊어지고, 모르는 학생은 질문하며 연결된다. 호혜는 단순히 '착한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일이다. 한나 아렌트가 강조했듯, 교육은 새 세대가 이 세계를 사랑하고 책임지기로 결정하는 첫걸음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족(自足)이다. 우리는 늘 누군가의 성적표, 누군가의 연봉과 스펙을 보며 불안해한다. 올림픽에 달리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영도, 양궁도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모두가 같은 트랙 위에서 숨 가쁘게 뛴다. 자족은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기준을 세우고 만족할 줄 아는 내면의 힘이다.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 나아갔음을 확인하고 '채워가는 중'이라는 믿음을 가질 때, 사람은 비로소 자기 인생을 긍정하는 힘을 얻는다.
이런 이야기가 '신년 덕담' 정도로 남지 않으려면 우리는 교육의 설계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눈을 마주 보며 강점 중심의 대화를 습관화하고, 협업을 평가의 핵심 축으로 세우며,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실천들이다. 듀이의 말처럼 교육이 삶 그 자체라면, 지금 우리가 그리는 교육 설계도가 곧 우리의 미래다.
무대 위 환호가 무대 밖 사람들에게도 따스하게 닿는 날, 우리는 비로소 온전히 자랑스러워질 것이다. 2026년, 나는 간절히 꿈꾼다. 'K'가 트로피의 이름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온도의 대명사가 되길. 존재를 귀히 여기고 호혜와 자족을 배우는 그 교육이 다음 K의 이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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