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남극의 스웨이츠 빙하는 가장 불안정한 빙하이다. 면적은 남한의 두 배다. 이 빙하를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빨리 녹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9m씩 바다로 미끄러져 붕괴 위험성도 가장 높다. 이 빙하가 다 녹으면 해수면이 65cm나 상승하기 때문에 이 빙하를 '지구 종말 빙하'라고도 부른다. 바닷물이 따뜻하여 아랫도리부터 녹는데 이 빙하 밑에는 화산도 여럿 있어 지열도 영향을 미친다.
이 빙하를 연구하려고 한국과 영국 공동연구팀 10명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하순이었다. 이들은 뜨거운 물을 주입하여 934m 두께의 얼음에 직경 30cm 시추공을 뚫고 그 밑의 바다 속에 실험기구를 내렸다. 그 바다는 따뜻했고 해수와 담수가 회오리쳤다. 수온은 주변 바다의 1.1°C 내지 1.3°C와 비슷하여 충분히 빙하를 녹일 수 있었다. 수온과 염도 등 기본적 데이터를 확보한 뒤 곧 회수했다.
본격적인 해양측정 기기들은 처음엔 묵직한 쇠사슬에 묶어 내려졌다. 계획은 1~2년간 이 기기들을 빙하 밑 바다 속에 계류해 두고 그 데이터를 위성을 통해 연구실에서 매일 받아보겠다는 것. 해수면까지 거리의 4분의 3을 내려갔을 때 문제가 생겼다. 이 장비와 쇠사슬이 시추공 벽에 얼어붙어버린 것. 빙하 자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시추공 내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끌어올려 보았지만 꼼짝하지 않았다. 캠프 철수 시간이 다가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팀이 10년간 준비해온 프로젝트가 반만 성공을 거두었다. 안타까웠다. 실험기기를 얼음 속에 묻어 둔 채 25t이나 되는 시추장비를 헬기로 우리 쇄빙선 아라온호에 실었다. 꼭 훗날을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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