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법 등을 위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장태훈기자 hun2@yeongnam.com
대구·경북(TK)을 포함한 광역단체 행정통합에 대한 국회 상임위 심사가 첫 단계부터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당초 통합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갈린 것은 물론 각 지역별 특례에 대해 정부 측에서 대부분 일단 보류하거나 강제성이 없는 '임의 조항'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논의에 진통을 겪은 것이다. 특히 TK의 경우 광주·전남 행정통합 심사에 밀려 사실상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행안위는 10일 오전 10시20분부터 국회에서 광역단체 행정통합 사안을 두고 소위 심사를 시작했다. TK 행정통합 안건은 지난 5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 상정됐고 전날엔 입법 공청회도 거치면서 속도를 냈다.
이날 법안소위에는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법안 조문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수정 및 보완을 거치는 법안소위는 논의의 첫 관문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법안소위의 경우 '만장일치'라는 관행이 있는 만큼 의원이나 정부 측이 반대하면 보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서 정부 측의 반대가 감지된 탓에 지역 정가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지역 의원 23명의 이름을 올린 TK통합 특별법안에 대해 정부 측은 전체 특례(335개) 중 130여개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낸 바 있다. TK통합법안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문제 등이 논란이 되면서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법안 논의에 참여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영남일보 기자와 만나 "정부 측에서 불수용한 특례들에 대해 보류하거나 임의조항으로 넣자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면서 "할 수도 있다는 것과 해야 한다는 것은 다르지 않나. (정부가 법안통과를) 안 하겠다는 의지로 들렸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우선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일각에선 TK 행정통합 논의에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법안소위 논의 순서가 광주·전남, TK, 대전·충남 순이었는데 광주·전남에 대한 심사 시간이 길어져 TK는 제대로 된 심사가 되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힘 이달희(비례대표) 의원은 오후 4시쯤 기자와 만나 "광주·전남 통합 심사만 공을 들이며 오래하는 것 같다"며 "TK 통합에 대한 심사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여야의 '정쟁'도 논의에 어려움을 더했다는 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국민의힘을 향해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졸속 처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남일보 기자와 만나 "민주당 의원들과 행안위 소위 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지도 않고 졸속 처리를 하고 있다"며 "이 법을 우선 빠르게 통과시키고 나중에 정부와 합을 맞추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의 조항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고 검토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민주당 윤 의원은 기자와 만나 "국민의힘이 사사건건 방해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 중"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심사 중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발목을 잡지 말라며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행안위 회의실 내부에선 외부까지 들릴 정도로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법안소위는 11일 한차례 더 열어 법안 심사를 이어 나간다. 하지만 2월 중 처리가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국민의힘의 한 보좌진은 "일단 설 전 상임위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당 지도부의 태도도 미온적인 만큼, 통합 법안이 심사 단계에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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